제224화
말을 마친 신혜민은 송민재의 손을 잡고 서둘러 병실 문을 나섰다. 하지만 그들의 걸음은 느리고 굼떴다. 그녀는 신정민이 애원하며 자신들을 붙잡아주길 간절히 바랐지만 신정민은 그러지 않았다.
그들은 결국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병원을 떠나야 했다. 마치 버려진 것처럼.
두 사람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심가은이 병실 문을 닫고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신정민은 그런 딸을 보며 침대에 기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심가은의 강경함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은아,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이모랑 동생을 그렇게 몰아세워서야... 여자애가 너무 독하면 남자들이 싫어해.”
심가은이 쓴웃음을 지으며 어머니를 바라봤다.
“제가 뭘요?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깨달았어요. 세상은 약자를 배려해 주지 않아요. 아무도 나 대신 바람막이가 되어주지 않는다고요. 착하고 순종적이고, 늘 희생만 하는 여자는 결국 누군가의 먹잇감이 될 뿐이에요. 난 더 이상 무기력하게만 살 생각이 없어요. 난 남자들처럼 치열하게 싸워서 내 몫을 쟁취하고 스스로를 지킬 거예요. 그래야 그 누구도 엄마랑 나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테니까요.”
신정민은 또다시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녀에게 딸의 생각은 너무나 위험하고 피곤한 일이었다.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니... 결혼만 잘하면 얻을 수 있는 건데... 돈이든, 안정된 삶이든, 좋은 남편이 전부 네게 쥐여줄 텐데.”
심가은이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건 그녀가 벗어나고자 했던 과거의 삶이었다.
“엄마, 자기 인생을 남에게 맡기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난 내 힘으로 온전히 서고 싶어요. 돈을 충분히 벌고 스스로 독립할 수 있을 때 다시 누군가를 만날지 생각해 볼 거예요.”
딸의 완고함에 분노한 신정민이 언성을 높였다.
“넌 엄마 마음을 하나도 몰라! 전부 네가 잘되길 바라서 하는 말인데!!!”
심가은은 더 이상 어머니와의 논쟁을 이어가지 않았다. 어머니의 시선은 과거에 갇혀 있었고, 그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임을 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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