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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1화

심가은은 어릴 때는 아버지가 주는 부유한 삶 속에서 살았고 결혼한 뒤에는 백이현의 곁에서 세상을 알아갔다. 좋고 화려한 것을 많이 경험하고 또 봐왔지만 그 모든 건 다 백이현의 소유였지 한 번도 그녀의 소유였던 적이 없었다. 심가은도 잘 알고 있다. 자신의 미모라면 돈 많은 남자 같은 건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는 걸. 하지만 남자에게 의지하는 순간, 그녀는 액세서리 또는 트로피밖에 되지 않는다. 남자의 사랑을 받을 때는 세상 부러운 것 없이 좋겠지만 그 사랑이 식으면 그때는 가차 없이 내팽개치고 말 것이다. 심가은은 남자의 행동이나 표정 하나에 마음이 천국으로 갔다가 다시 지옥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더는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배준영은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 리가 없었고 자기가 생각했을 때 제일 그럴듯한 말로 그녀를 유혹했다. 심가은은 오만하기 짝이 없는 남자를 보며 가볍게 웃었다. “내가 그런 말을 배준영 씨한테서 처음 들어봤을 거라고 생각해요?” 예쁜 여자는 돈 많은 남자들의 타깃이 되기 쉬웠다. 심가은은 결혼으로 크게 데인 적이 있기에 더는 그 구렁텅이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남자가 해주는 약속으로 살아갈 생각 없어요. 그리고 배준영 씨, 당신 정말 찌질한 거 알아요? 돈으로밖에 유혹하지 못하니까 자꾸 돈 얘기만 하는 거잖아요. 재력 말고 당신이 내세울 수 있는 매력이 또 뭐가 있죠?” 배준영이 멈칫했다. 그가 전에 꼬셨던 여자들은 재력을 내보이면 한 명도 예외 없이 전부 다 그에게 이끌렸다. 즉, 그에게는 재력이 가장 큰 매력 포인트였다. 그런데 심가은은 그에게 재력이 아닌 다른 매력이 뭐가 있냐고 물었다. ‘대체 언제까지 나한테 관심 없는 척할 생각이지? 혹시 일부러 이러는 건가? 내 관심을 더 확실히 끌어보려고?’ 배준영은 이제야 이해가 됐다는 듯 피식 웃었다. “이제야 알겠네. 이게 네가 남자를 꼬시는 방법인 거지? 승부욕을 일으켜 너한테서 눈을 못 떼게 하는 거. 하지만 이쯤 해. 나는 네가 함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남자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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