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화
임지현은 사실대로 답했지만 속으로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내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서둘러 변명해?”
육현재의 손가락이 그 번호 위에서 맴돌다 끝내 누르지 못하고 멈췄다.
임지현은 아예 휴대폰을 낚아채 그의 눈앞에서 번호를 바로 삭제했다.
“별 상관없는 사람이야. 괜히 의미 부여하지 마.”
임지현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고 어딘가 억울하고 못마땅한 기색이 배어 있었다.
육현재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장난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내가 지우라 한 게 아니라 네가 지운 거다? 난 원래 민주적인 편이야.”
가벼운 말투였지만 분명 선을 긋는 듯한 뉘앙스였다.
임지현은 아무 말 없이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육현재의 혼잣말 같은 말도 더는 받아주지 않았다. 차 안에는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다음 날, 두 사람은 부산으로 돌아왔다.
역에 도착하자 유동욱이 이미 차를 대기해 두고 있었다.
당연히 회사로 향할 줄 알았는데 육현재가 담담하게 말했다.
“병원으로 가.”
임지현은 고서원을 보러 가는 것이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겉으로 보기에는 우애가 깊어 보여 그 이면에 도사린 파문 따윈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차가 병원 앞에 멈춰서자 육현재가 먼저 내렸다.
유동욱이 반대편으로 돌아가 임지현의 문을 열어 주었지만 그녀는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육현재가 돌아서서 허리를 숙여 차 안을 들여다봤다.
“안 내려?”
“난 안 가는 게 좋지 않겠어? 괜히 누군가 기분 상할까 봐.”
“나와.”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였지만 묘하게 거부할 수 없는 힘이 실려 있었다.
임지현은 결국 마지못해 문을 밀고 내려왔다.
두 사람은 곧장 고서원이 입원해 있는 병실로 향했다. 노크하려는 순간 문이 안쪽에서 먼저 열렸다.
나온 사람은 스무 살 남짓의 여자였다.
순수한 인상에 맑은 눈빛을 한 여자는 한눈에 봐도 이쪽 세계 사람은 아니었다.
“누굴 찾...”
여자의 시선이 잠시 육현재에게 머물렀다가 곧 임지현에게로 옮겨졌다. 그러고는 시선이 그대로 붙어 떨어질 줄을 몰랐다.
임지현은 속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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