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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한유설은 마지막 두 개의 화분을 안으로 옮기려 고개를 숙였다. 그때 옆에서 발걸음 소리가 다가왔고, 곧 맞춤 가죽 구두와 길고 곧은 다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화분 하나가 하얗고 가느다란 손에 들려 올랐다. 몸을 펴자 심해원의 뒷모습이 보였다. ‘지금 나를 도와주는 거야? 유다정은 어디로 갔지?’ 주위를 둘러봤지만 그녀는 사라지고 없었다. 한유설은 심해원이 그냥 잠시 손을 빌려준 줄로만 알고 반대편으로 가서 마지막 화분을 집어 들었다. 손이 화분에 닿는 순간, 앞이 어둑해지더니 가느다란 손등 위로 뜨거운 큰손이 내려앉았다. 동시에 남자의 짙은 우드향이 코끝을 스쳤다. 한유설은 몇 초 동안 얼어붙었다. 손등을 감싼 따뜻한 감촉이 뜨겁게 번지자 귀까지 붉어졌고, 화분도 잊은 채 황급히 손을 뺐다. 그와의 거리는 아찔할 만큼 가까웠다. 큰 키의 남자가 마치 그녀를 완전히 에워싸는 듯했다. 심해원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기운에 한유설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압도당했다. “심해원 씨?” 한유설은 허둥지둥 뒷걸음질 치며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심해원은 그녀의 움직임을 못 본 듯 밤빛 속에서 또렷한 이목구비를 고요히 드러냈다. “일찍 퇴근해서 쉬어요.” 조용한 밤을 가르며 울린 그의 목소리는 첼로처럼 낮고 깊어 듣는 이를 순식간에 매혹시켰다. 한유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들게요.” 월급 받는 직원이 집주인에게 일을 맡기는 건 아무래도 아니었다. 그녀가 그의 손에 든 화분을 받아오려 하자, 심해원은 긴 다리로 성큼성큼 별장 안으로 걸어가며 묵묵히 거절했다. 한유설은 그 뒤를 따랐지만 속도를 내지 못했다. 심해원이 왜 이런 일을 도와주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원작에서도, 이 몸의 기억 속에서도 심해원은 이런 행동을 할 인물이 아니었기에, 한유설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심해원은 화분을 내려놓았다. 손에 흙이 묻었는지 약간 눈살을 찌푸렸다. 한유설은 그의 뒤에 서서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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