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화
나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자리에 앉았다. 비록 비서이지만 나는 무엇을 봐야 하고 무엇을 보지 말아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도민호가 다시 나를 바라보며 손짓했다.
“온 비서, 이리 와서 앉아요.”
나는 어리둥절해서 눈을 깜빡였다.
“도 대표님, 무슨 일이시죠?”
“온 비서를 보니 내 딸이 생각나네요. 온 비서가 막 대학을 졸업해서 사회생활 시작했으니 많은 걸 모를 거예요. 내가 좀 가르쳐 줄게요. 그럼, 잔소리도 덜 들을 수 있어요.”
순간 착각인가 싶었다.
‘첫 만남에 도 대표님이 친절하게 가르쳐 주겠다고? 대체 뭘 가르쳐 주겠다는 거지?’
게다가 진수혁은 절대로 나에게 잔소리하지 않았다. 그는 항상 인내심 있게 가르쳐줬기에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웃으며 정중히 거절했다.
“도 대표님, 진 대표님은 사람이 아주 좋으세요. 잔소리하지 않으세요.”
도민호의 얼굴에 어색한 기색이 스쳤다.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헛기침하며 말했다.
“진 대표님이 잔소리하지 않더라도, 온 비서는 일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지금 보면 기본적인 예의도 모르고 있군요. 상사가 일을 가르쳐 주겠다는데, 어찌 거절할 수 있어요?”
그때 진수혁이 불쾌한 기색으로 계약서를 탁자에 내던졌다. 그는 눈을 감았지만 그 어두운 눈동자에는 위협적인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이를 본 도민호는 급히 물었다.
“진 대표님, 무슨 일이세요? 화나셨나요?”
“도 대표님, 이 계약서에 문제가 몇 군데 있어요.”
“무슨 문제요?”
진수혁이 나를 바라보았다.
“유나야, 잠시 밖에 나가 있어.”
나는 즉시 고개를 끄덕이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
문을 나서려 할 때 도민호의 시선이 여전히 나에게 머물러 있음을 느꼈다.
‘분명 좋은 뜻이 아닐 거야. 설마... 나에게 추행하려는 건 아니지? 설마... 정말 역겨워. 그렇다면 그에게서 멀리 떨어져야겠어! 그렇다고 감히 나에게 무슨 짓을 하겠어!’
나는 진수혁이 나왔을 때 나를 찾지 못하거나 내가 그를 찾지 못할까 봐 걱정되어 너무 멀리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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