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사무실로 가고 있는데 신서영이 어디선가 나타났다. 그녀의 얼굴에는 언제나 청순한 옅은 화장이 되어 있었고, 부드러워 보이는 헤어스타일에 연한 노란색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마치 비 오는 날 피어난 꽃 같았다. 나는 그녀가 나에게 시비를 걸러 왔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 “무슨 일이야?” 신서영이 옅게 웃었다. “유나야, 서후랑 다시 사귈 생각 없어?” “없어.” “거짓말하지 마. 사실 다 알아. 내가 지금 이 아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진작에 서후를 너에게 양보했을 거야. 사실 서후도 너를 많이 아껴. 내 앞에서 네 이야기를 자주 해. 네가 정말 상냥하고 현명하다고 말했어. 학교 다닐 때 양말도 빨아주고, 옛날에 교통사고 났을 때 네가 서후 구하려다가 갈비뼈 하나 부러졌다고 했어.” 나는 이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았다. 시간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내가 했던 모든 희생이 가치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할 뿐이었다. 그래서 시간을 확인하고 한마디 했다. “회의 준비 때문에 바빠. 만약 그냥 이런 말을 하려고 온 거라면 다음에 이야기하자.” 말을 마치고 가려고 하는데 신서영이 다급하게 내 손을 잡으며 막으려고 했다. 내가 멈추려고 할 때, 그녀는 스스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어서 그녀는 마치 자신이 엄청난 억울함을 당한 것처럼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보더니 배를 감싸면서 말했다. “유나야, 왜 나를 밀쳐? 네가 내 말 듣기 싫어하고 나 보기 싫어하는 거 알아. 하지만 지금 임신 중이잖아. 내 뱃속 아기한테 무슨 일 생길까 봐 무섭지도 않아? 나중에 서후가 알면 널 더 싫어할 거야.” ‘내가 밀었다고?’ 하늘에 맹세코 나는 그녀를 밀지 않았다. 이런 식의 누명은 보통 CCTV를 확인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하지만 그녀가 먼저 나를 잡았고, 내가 가려던 참에 그녀가 바닥에 넘어졌기 때문에 CCTV로는 내가 그녀를 밀었는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신서영은 그것을 알고 있었던 듯 목소리를 높여 도움을 요청했다. “여기 누구 없어요! 배가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