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화

나는 손을 펼치며 무고한 표정을 지었다. “직접 물어봐.” 신서영은 내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러워했다. 눈물은 흘리지 않았지만 눈빛에는 두려움과 공포가 가득했다. 그녀는 아마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증거를 가지고 있을 줄을. 신서영은 진서후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서후야, 유나가 나 괴롭힌 거 아니야. 내가 방금 실수로 넘어졌는데 유나가 나를 일으켜 세워주려고 했어.” “서영아, 유라를 위해 거짓말할 필요 없어.” “정말 아니야. 내가 너를 왜 속이겠어? 유나는 이렇게 상냥하고 착한 테 나를 해칠 리가 없어. 그리고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진서후는 반신반의하며 물었다. “정말 괜찮은 거야?” “내 몸은 내가 알아. 아까 왜 그렇게 유나한테 심하게 말했어? 얼른 사과해!” “네가 아무렇지도 않다면 됐어. 사과할 것까지 뭐 있어? 그냥 한마디 험하게 말한 것뿐인데.” 진서후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변에 구경하려는 직원들이 목을 빼고 있는데 만약 사과라도 했다가는 망신을 당할 판이었다. 게다가 그는 매일 회사에서 진수혁의 조카라고 자랑하고 다니지 않았던가. 이렇게 낮은 직급으로 발령 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인턴 비서에게 사과까지 해야 한다면 그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될 것이다. 신서영은 즉시 진서후에게 화난 눈빛을 보냈다. 그제야 진서후는 태도를 바꾸고 마지못해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 “유나야, 미안해. 아까 오해가 있어서 너한테 심하게 말한 거 마음 쓰지 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야. 난 그렇게 옹졸하지 않아.” “그럼 유나야, 우리 이제 너 일하는 거 방해하지 않을게.” 신서영은 내가 요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진서후를 밀며 나에게서 빠르게 도망치려고 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녀는 내가 참지 못하고 그녀의 추악한 비밀을 폭로할까 봐 걱정했다. 전에는 나에게 증거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가 ‘오빠’라는 사람을 시켜 나를 협박하고 위협했을 때 꾹 참고 그녀와 정면으로 맞서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를 더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게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