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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송서아는 마치 죄인처럼 박씨 저택에서 끌려 나왔다. 운전기사가 차를 박씨 저택 밖으로 몰고 나온 후, 그녀는 넌지시 뒤를 돌아봤다. 불과 3년 전, 박씨 일가에서 축복 속에 그녀를 며느리로 맞이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초라한 경지가 된 걸까? 기사가 이제 막 박씨 저택을 벗어나려 할 때, 박유준이 대뜸 앞길을 막았다. 그의 얼굴에 죄책감이 스쳐 지나갔다. 차를 세운 후, 박유준은 차창 안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팔은 좀 괜찮아요? 가서 치료받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송서아는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전방만 주시했다. “신경 끄세요.” 박유준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가 천천히 내뱉었다. “상처 치료해줄게요.” 그는 말하면서 뒷좌석에 올라타고 미리 챙겨온 밴드를 그녀의 상처에 붙여주었다. “제수씨도 참, 가윤이는 밀치지 말았어야죠.” 그는 좀 전에 송서아에게 화낸 걸 자책하는 듯했다. 이런 자괴감에 휩싸이는 것을 피하고자 송서아의 잘못을 늘려놓기 시작했다. 송서아는 그런 그를 흘겨볼 뿐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차는 이미 박씨 저택을 벗어났고 오늘부로 그녀는 영원히 이곳에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송서아가 침묵하자 박유준이 말을 이어갔다. “나랑 함께 가요. 괜히 어머님께서...” 별안간 그는 실언했음을 깨달았는지 즉시 말을 바꾸었다. “제수씨 어머니께서 괜히 우리 집안이 무례하게 군다고 생각할까 봐서요.” 송서아는 속이 격하게 울렁거렸다. 어디 단순하게 무례하게 굴 뿐일까? 이 집안 자체가 비정상적인 인간들뿐인 것을. 기사가 다시 출발하려 할 때, 송서아가 박유준을 막았다. “아주버님, 저 바래다주실 필요 없어요. 형님 몸 상태가 불안정하니 얼른 가보세요. 형님 옆에 더 많이 계셔야죠.” 괜히 또다시 미쳐 발광할라! 박유준은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동안 송서아가 사무치게 그리웠고 허가윤과 잠자리를 가질 때도 머릿속은 온통 송서아 뿐이었다. “의사 불러서 괜찮을 거예요.”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허가윤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나란히 뒷좌석에 앉아있다 보니 송서아도 어쩔 수 없이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들렸다. 허가윤은 애교 조로 불만을 늘어놓았다. “서준 씨 어디에요? 나 너무 아파요. 얼른 와서 안아줘요.” 박유준은 차 문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어요. 금방 갈게요.” 전화를 끊은 박유준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 다만 송서아는 그 미안함조차 역겹게 느껴졌다. 그녀는 이런 쓸모없는 미안함은 필요 없었다. “미안해요. 가윤이가 좀 불편하다고 해서....” 송서아는 손을 휘저었지만 박유준은 그녀의 짜증 섞인 표정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얼른 가봐요. 친정 한 번 다녀오는 것뿐이니 굳이 아주버님까지 배웅해줄 필요 없어요.” 박유준은 차에서 내려 뒤돌아보며 창문에 얼굴을 댔다. “그럼 당분간 친정에서 잘 지내요, 제수씨. 가윤이 상태가 좀 안정되면 제가 직접 데리러 갈게요!” 송서아는 창문을 향해 쓴웃음을 지었다. “아주버님은 형님이나 잘 돌보세요!” 박유준은 멍한 표정으로 박씨 저택에 들어갔다. 의사가 주의사항을 모두 일러주었고 민채원은 가정부에게 전복죽을 끓이라고 지시했다. 침실에는 박유준과 허가윤만 남았다. 허가윤은 나른하게 박유준의 품에 안겨 한결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서준 씨, 아까 가정의에게 물어봤는데 이번 달에는 관계를 가져도 아이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대요....” 임신 사실을 알기 전에는 거의 매일 밤 여러 번 관계를 가졌지만 임신 사실을 안 후로는 아예 없었다. 허가윤은 내심 적응하지 못한 듯 박유준의 품에 안겨 관계를 원했다. 박유준은 잠시 망설이다가 그녀에게 물었다. “그래요? 의사 선생님이 괜찮대요?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가 거절하려는 듯 보이자 허가윤은 울먹이며 애교를 부렸다. “내가 원한다고요. 의사 선생님도 임산부는 무엇보다 기분을 좋게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아니나 다를까 박유준은 몇 마디 말에 곧바로 설득되었다. 그는 이제 허가윤의 남편으로서 이런 일을 할 의무가 있었다. 박유준은 결국 넌지시 고개를 숙이고 허가윤에게 키스하며 침대에 부드럽게 눕혔다. 관계가 끝난 후, 그는 허가윤의 곁에 누워 잠시 숨을 골랐다. 이때 허가윤이 몰래 두 사람의 애틋한 사진 한 장을 찍어 소리 없이 송서아에게 전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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