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화
파혼?
하필이면 그때 종업원이 차를 따르고 있었고, 맑게 울리는 찻물 소리가 송서아의 귀를 어지럽혔다.
그녀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하여 촉촉한 눈망울을 김원우에게 고정하고 그의 입술 모양을 통해 어떻게든 그 뜻을 읽어내려 했다.
송서아가 사슴처럼 커다란 눈망울로 자신을 응시하자, 김원우는 더더욱 그녀가 파혼을 요구하려 함을 확신했다.
아니라면 저토록 아련한 표정으로 자신을 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 눈동자 속에서는 애원의 마음까지 번져 나오고 있는 것 같았다.
김원우는 송서아의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눈빛은 칼날과도 같이 뼛속 깊이까지 파고 드는 듯한 통증을 안겨주었다.
그는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가볍게 말했다.
“네가 파혼하고 싶다면... 괜찮아.”
그의 목소리는 줄곧 송서아를 위로하는 듯 부드러웠다.
“우리 가문에서도 아직 별로 준비한 거 없어. 하객도 거의 초대하지 않았고, 호텔도 우리 집안 소유라 언제든 취소할 수 있어. 그리고 경원에도 이 일에 대해 아는 사람이 몇 명 없으니까 그냥 없던 일로 하면 돼.”
그는 송서아가 어떤 여론의 파도에도 휘말리지 않기를 바랐다. 그녀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일 또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송서아의 얼굴에 의아함이 가득 떠올랐다.
분명히 한국어로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다.
몇십 초쯤 흐른 뒤에야 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말했다.
“파혼이라니요? 전 그런 생각한 적 없어요. 설마... 원우 씨 파혼하고 싶은 거예요?”
생각을 거듭한 끝에 송서아는 그런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다.
파혼을 원했기에 그런 말들을 늘어놓은 게 아니겠는가.
그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가 사고를 당하기 전에도 송씨 집안은 그리 대단하지 못했다. 경원에서 이와 같은 집안은 넘쳐날 만큼 많았으니 말이다.
그러니 지금은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
김씨 가문에서 시원치 않은 송씨 집안의 재력을 빌미로 파혼을 택한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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