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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십 분도 채 되지 않아 수술실 위의 붉은 불이 꺼졌다. 배진우는 선우연이 의료진에 의해 밀려 나오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의사는 고개를 저었고 그것은 곧 사형 선고와도 같았다. 남아 있던 마지막 희망마저 무참히 꺼져버렸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에, 배진우는 거의 아무 말도 내뱉지 못했다. 김미정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그녀가 본 것은 망연자실한 채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배진우였다. 그는 한참을 그 자리에 앉은 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진우 씨.” 그녀가 다가가 그의 팔을 잡았지만 배진우는 그 자리에 굳어 있었다. 눈은 텅 비어 있었고 입에서 나온 말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부검할 거야.” 그렇게 말하며 배진우는 벌떡 일어섰다. 온몸에 핏자국이 선연하게 남아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그럼에도 김미정은 용기를 내어 그를 붙잡고는 다급히 말했다. “그러면 우리의 결혼식은 어떡해?” “당신은 내가 안에서 얼마나 참담했는지 알아? 나, 나 정말...” 하지만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배진우가 말을 잘랐다. “취소하지.” 그는 단 한마디만 남긴 채 김미정의 손을 뿌리치고는 단호한 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김미정은 그대로 자리에 멈춰 선 채, 울분에 찬 얼굴로 발을 굴렀다. 선우연은 그 모든 모습을 바라보며, 말없이 허공에 떠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배진우의 뒤를 따랐다. 배진우는 안치실에서 선우연의 창백한 얼굴을 반복해 어루만졌다. “아저씨가 잘못했어. 내가 널 지켜주지 못했어.” 차가운 철판 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는 선우연의 손을 꼭 붙든 채, 피부 위로 드러난 상처 자국을 하나하나 들여다보았다. 그 상처가 너무나 아프게 느껴져 차마 더는 볼 수가 없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검 부탁드립니다.” 법의관이 다가와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하고는, 그 자리에 붙박인 듯 선우연 곁을 떠나지 않는 배진우를 보며 난처하게 말했다. “이곳에 계시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하지만 배진우는 꿈쩍도 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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