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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선우연은 여전히 허공을 떠돌고 있었다. 그녀조차도 더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예전처럼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조용히 있었다.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듯. 그러다 배진우가 다시 눈앞에 나타났다. 그는 무척이나 지쳐 보였고 선우연과 눈이 마주치자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수많은 기억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하나하나가 지금의 이 결말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들었다. 선우연은 평생 그의 보호를 받았지만 결국 그녀를 가장 깊은 나락으로 밀어 넣은 사람도 바로 그 자신이었다. 예전에 한 남학생이 선우연에게 연애편지를 건네며 ‘나랑 사귀면 스포츠카 태워줄게’라고 했었다. 그 말을 들은 그는 수백 억짜리 고급 차를 가득 실어 보내 장난감처럼 갖고 놀게 했다. 선우연이 열이 날 때는 해외에서 중요한 회의까지 포기하고 열 몇 시간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 밤새 그녀 곁을 지켰다. 그녀의 열이 내릴 때까지 단 한 순간도 눈을 떼지 않았다. 생리통으로 고통스러워할 땐 직접 생강차를 끓여 그녀 입에 떠먹여 주고 다정한 목소리로 달래주곤 했다. 그녀의 손을 잡고 놀이공원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회전목마도 함께 타줬다. 이제는 모두 잊고 있던 기억들이 하나씩 떠올라 그의 가슴을 짓눌렀다. 그는 늘 생각했다. 선우연이 날 좋아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하지만 그녀를 잃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미 자신도, 선우연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는 선우연보다 딱 열 살이 많았다. 어린 시절부터 선우연은 참 귀엽기만 했다. 항상 그에게 안아달라고 졸랐고 그녀의 작지만 따뜻한 품은 언제나 그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복잡한 일들로 가득한 바깥세상에서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딘가에 선우연이 있다는 사실 하나 때문이었다. 그는 줄곧 이 감정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선우연이 아카데미에서 돌아온 후, 혼이 빠져나간 듯 멍한 얼굴을 할 때마다 그는 밤마다 마음이 뒤틀리고 조바심이 났다. 그가 직접 그녀를 채찍으로 때렸을 때 그녀는 아프다는 말도, 애교 섞인 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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