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빗줄기는 점점 굵어졌다. 배진우의 손에 묻어 있던 피는 어느새 빗물에 씻겨 내려갔고, 동시에 그의 온몸 역시 흠뻑 젖어 들었다. 그는 옆에 쓰러진 김미정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얼굴만 제외하고, 전신이 물어뜯긴 자국으로 가득했고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그 상처들은 보기에도 끔찍했다.
피는 땅바닥을 타고 흘러 배진우의 눈앞까지 번져 있었다.
그는 미련 없이 돌아서 차에 올라탔다.
갑작스러운 비바람과 차 안의 온도 차로 인해 몸이 몹시 불편했다. 얼굴에는 열기마저 감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곧장 시동을 걸고 사찰로 향해 차를 몰았다.
차 안에서는 여전히 선우연이 가장 좋아하던 동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찰에 도착한 배진우는 스님을 찾았다. 그 시각, 부검도 이미 끝난 참이었다. 법의학자는 모든 상처의 원인이 정리된 보고서를 그에게 건넸다.
배진우는 그 서류를 받아들고, 상처 하나하나를 조용히 눈으로 훑어보았다. 끝까지 제대로 보지 못했던 그 흔적들이, 고스란히 줄줄이 나열되어 있었다.
전기 고문, 질질 끌린 흔적, 성적 능욕, 채찍 자국, 피부 이식의 흔적, 멍과 타박상...
너무도 많았다.
“보고 싶습니까?”
곁에 있던 스님은 보고서를 보지 않아도, 그들이 출력한 분량만으로도 이 서류가 얼마나 참혹한지를 알고 있었다.
이건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그 가엾은 소녀가 수년 동안 겪어야 했던 고통의 무게였다.
“내 목숨은, 애초에 그 아이에게 줬어야 했던 겁니다.”
배진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사람들에게 필요한 장비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홀로 작은 방에 들어가 서류를 한 장씩 넘기며 영상 기록을 대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컴퓨터를 켜고 하나하나 상처에 해당하는 영상을 찾아냈다. 그는 이 영상을 더는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스스로 확인하고자 했다.
영상 속에서는 선우연의 얼굴이 분명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들려오는 소리만으로도 소름이 끼치고 오한이 났다.
이건 인간이 할 짓이 아니었다.
배진우는 사람들이 선우연에게 밥조차 주지 않는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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