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6화

“연아, 조심해!” 배진우의 동공이 커지더니 샹들리에가 떨어지기 직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뛰어가 선우연을 품에 안았다. 샹들리에가 어깨를 부딪치면서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파편이 사방으로 튀면서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손님들은 비명을 지르며 뿔뿔이 흩어졌다. 김미정은 울먹이며 달려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진우 씨, 괜찮아? 많이 아파? 얼른 병원에 가자!” 배진우는 품 안에서 떨고 있는 선우연을 내려다보며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 “아니야. 별로 다치지도 않았어.” 김미정이 단호하게 못을 박았다. “안 돼. 무조건 병원 가야 해.” 배진우는 어쩔 수 없이 비서에게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그리고 신신당부했다. “미정아, 일단 연이를 데리고 집에 돌아가. 혼자 있으면 겁먹을 거야.” 김미정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지금 남 걱정할 때야?” “내가 하라는 대로 해.” 그는 고통스러운 듯 얼굴에 점점 핏기가 사라졌다. “어찌 됐든 어려서부터 키운 아이야.” 김미정은 이를 악물고 마지못해 선우연의 손목을 잡고 차에 태웠다. 머릿속이 뒤죽박죽 한 선우연은 마치 기계처럼 그녀를 따라 움직일 뿐이었다. 한참을 달리다가 김미정이 갑자기 기사에게 차를 세우라고 하더니 이를 갈며 말했다. “아직 볼일이 남아서 이따가 집에 갈 거야. 넌 여기서 내려 걸어가.” 운전기사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렸다. “미정 씨, 밖에 추운데...” 김미정이 날이 선 모습으로 말을 끊었다. “이 집 안주인이 누군지도 몰라요? 본인이 섬기는 사람조차 구분 못 해요?” 운전기사는 입을 다문 채 선우연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짙은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선우연은 다섯 시간을 꼬박 걸어서 별장에 도착했다. 가다가 너무 어두워 길이 잘 보이지 않아 그만 물웅덩이에 빠졌다. 집에 오니 옷은 흠뻑 젖었고 머리카락은 얼굴에 달라붙어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숨도 채 돌리기 전에 어느새 별장에 불이 붙어 화염이 하늘을 뒤덮었다. 제자리에 얼어붙은 그녀는 미처 반응하지도 못했다. 이때, 경호원들이 달려와 손목을 거칠게 움켜잡았다. “선우연 씨가 불을 지르는 바람에 김미정 씨는 3도 화상을 입었어요. 지금 병원에서 응급 치료 중인데 대표님께서 데려오라고 하셨어요.” 선우연은 어안이 벙벙한 채 고개를 저었다. “제가 그런 거 아니에요...” 경호원들은 다짜고짜 그녀를 차에 태워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배진우는 왼쪽 어깨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오른손에는 검은색 정장을 든 채 긴 다리를 꼬고 복도에 서서 어두운 얼굴로 살벌한 기운을 내뿜었다. 경호원들에게 끌려오는 선우연을 발견하자 고개를 들었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하루라도 사고 안 치면 어디 덧나니? 미정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불을 질러서 이 지경으로 만들어?” 선우연은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제가 그런 게...” 배진우가 그녀의 말을 끊으며 쌀쌀맞게 말했다. “그만! 증거가 명백하잖아. 그렇다고 너를 모함하려고 미정이가 일부러 불을 질러서 자신을 다치게 할 수는 없잖니?” 선우연이 변명하려던 찰나 수술실 문이 활짝 열렸다. 의사가 급히 뛰어나오며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보호자분, 환자의 상태가 심각해서 피부 이식을 해야 합니다. 의식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한 말이 있어요. 선우연 씨를 지나치게 예뻐하는 건 아니라고. 이번에 입은 상처는 반드시 직접 책임져야 한다고 하네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두의 머릿속에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김미정의 뜻은 바로 선우연의 피부를 이식하겠다는 것이었다.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