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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퇴원하는 날, 배진우는 그녀와 김미정을 데리러 왔다. 김미정은 배진우의 팔짱을 끼고 능청스럽게 말했다. “연아, 내일은 나랑 진우 씨의 결혼식이야. 이번에 불을 지른 건 분명 철없는 행동이었지만 더 따지고 싶지 않아. 지금까지 있었던 일은 그냥 눈 감아 줄게.” 선우연은 묵묵부답한 채 고개를 푹 숙였고 눈빛은 공허하기만 했다. 배진우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 “귀먹었어?” 선우연은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 마치 대꾸할 여력조차 없는 듯 보였다. 배진우는 속으로 화를 삭였다. 차 안은 숨 막히는 듯한 무거운 기류가 흘렀다. 한참을 달리다가 호텔에서 갑자기 전화가 걸려 왔다. 상대는 공손한 말투로 말했다. “배 대표님, 결혼식장에 문제가 생겼어요. 직접 와서 확인해주실 수 있을까요?” 선우연이 결혼식에서 난동을 부려 지난번처럼 김미정을 바다에 빠뜨리는 사건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예식장을 호텔로 바꾸었다. 배진우는 얼굴을 찌푸리더니 차를 돌렸다. 호텔에 도착한 뒤 차에서 내려 직원에게 물었다. “무슨 문제죠?” 직원이 공손히 대답했다. “이쪽으로 오시죠.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배진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미정과 선우연을 향해 말했다. “둘은 먼저 방에 가서 쉬고 있어. 일 보고 금방 갈게.” 김미정이 웃으며 대답하고 선우연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 김미정은 소파에 앉아 비아냥거렸다. “진짜 대단하네. 내일이면 결혼식인데도 아직까지 버티고 있다니.” “이제 곧 갈 거예요.” 김미정이 냉소를 지으며 비꼬듯 말했다.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 벌써 며칠째인데 마음만 먹으면 진작 떠났겠지. 진우 씨가 널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헛된 기대 때문에 주위를 맴도는 거잖아. 똑똑히 들어. 꿈 깨!” “진우 씨는 이제 내 약혼자야. 나만 사랑한다고! 넌 기껏해야 짐일 뿐, 굳이 고생을 자초하고 싶으면 소원을 이뤄주도록 하지.” 말을 마치고 손뼉을 치자 방문이 열리며 거지 떼가 우르르 들이닥쳤다. 김미정은 갑자기 옷을 찢더니 머리를 헝클어뜨린 다음 문을 열고 고래고래 외쳤다. “사람 살려! 진우 씨, 어디야?” 마침 일을 마치고 방으로 향하던 배진우는 비명을 듣자 곧장 뛰어왔다. 김미정은 눈물을 펑펑 흘리며 그의 품에 안기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진우 씨, 선우연이 거지들을 데려와서 날 해코지하려고 했어. 내가 얼마나 미웠으면 이런 짓을 할 수 있을까?” 배진우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선우연을 바라보았고 눈에서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 무시무시한 기운이 사방으로 퍼졌다. “선우연, 넌 정말 구제 불능이구나.” 선우연이 해명하려 했지만 배진우는 그녀가 안중에도 없었다. 이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능욕당하는 게 그리 좋으면 오늘 밤 실컷 즐기도록 해.” 말을 마치고 김미정을 안아 들고 뒤돌아서 떠나갔다. 선우연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선우연의 동공이 흔들리더니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듯했다. 머릿속으로 리베 아카데미에 있을 때 겪었던 끔찍한 기억들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칠흑 같은 감금실, 차디찬 채찍, 그리고 남자들의 흉측하게 일그러진 웃음. 몸은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리기 시작했고 눈물은 저절로 흘러내렸다. “아저씨, 살려주세요. 제발, 여기 혼자 남겨 두지 마세요. 부탁이에요!” 선우연은 달려가서 배진우의 옷자락을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손끝이 닿기도 전에 그는 쌀쌀맞게 뿌리쳤다. 이내 바닥에 무릎을 꿇고 미친 듯이 머리를 조아리기 시작했다. 이마가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어요! 제발 저를 여기 두지 마세요. 아저씨, 살려 주세요...” “저 혼자 이 남자들과 같이 있으면 안 돼요. 진짜로 미쳐버릴지도 몰라요!” 고통과 절망이 뒤섞인 비명, 이마에서 흐른 피와 눈물이 뒤섞여 바닥을 붉게 물들였다. 리베 아카데미에서 그녀를 데려오고 나서 이토록 무너진 모습은 처음이었다. 배진우의 발걸음이 멈칫했지만 끝내 돌아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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