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5화
박은영은 말하려던 말을 다시 목구멍으로 삼킨 채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유 대표님, 오해하신 것 같네요. 달라고 할 생각은 없었어요.”
유태진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박은영의 하얗고 깨끗한 얼굴을 깊이 있게 응시했다.
위에서 내려다보자, 뾰족한 턱에 본래 작았던 얼굴은 더욱 한 뼘 같아 보였고 고요했던 그녀의 눈은 더욱 커 보였다.
유태진은 갑자기 손을 뻗어 박은영의 턱을 잡아 올리더니 허리를 감싸던 팔을 살짝 조이며 말했다.
“다이어트 중이야?”
박은영의 허리는 분명히 더 약해져 있었다.
냉담한 유태진의 목소리와는 달리, 그의 눈가에는 알 수 없는 온기가 맴돌고 있었다.
“아니면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어서 밥을 제대로 안 먹는 거야?”
생각지도 못했던 유태진의 반응에 박은영은 흠칫하며 시선을 피했다.
알고 보니 그도 그녀의 변화를 알아챌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녀의 불치병을 알았다 해도, 유태진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을 사람이었다.
박은영은 몸을 바로 세워 유태진을 밀어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놔줄래요?”
박은영은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유태진도 더 묻지 않았고, 그녀가 스스로 균형을 잡게 한 뒤 팔을 풀었다.
박은영이 그의 가슴에 손을 올리고 힘을 주려는 순간, 복도 끝에서 진승현이 다가오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진승현은 박은영이 유태진의 품에서 몸을 빼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하고는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조금 전만 해도 유태진은 서연주를 위해 권씨 가문에 1퍼센트의 포인트를 양보했었다. 고작 2억도 안 되는 그림 하나 때문에.
그러니 서연주와 유태진이 연인 관계라는 건 너무나도 명백한 사실이었다.
그런데 지금 박은영은 왜 유태진의 품에 안겨 있었던 건지 이해되지 않았다.
진승현의 의미심장한 표정에서 박은영은 그가 나쁜 쪽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아무리 설명해도 도리어 더 의심스러워 보일 뿐이었다.
결혼했을 때조차 유태진은 부부 관계를 공개하지 못하게 했는데, 하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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