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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심가희의 질문 의도를 알아챈 서연주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불쾌한 표정으로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서연주는 심가희한테 그 어떤 피해를 준 적도 없었고, 이런 질문으로 자신을 곤란하게 하는 이유는 분명히 박은영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서연주는 다가오는 박은영을 성가신 눈빛으로 바라보며 생각했다. ‘박은영, 직접 말 못 하고 친구를 내세워?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 거야? 다른 데서는 날 당해낼 수 없으니, 이렇게나마 약점을 잡아보고 싶었던 모양이네.’ 심해준도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궁금했다. 유태진이 서연주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확실히 아끼는 것 같았지만, 정작 유태진이 서연주를 여자 친구라고 소개하는 건 들어본 적이 없었다. 만약 유태진이 아직도 서연주를 쫓고 있는 단계라면, 자신에게도 기회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진승현 역시 서연주를 바라보며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서연주가 입술을 깨물고 답변을 준비하던 그 순간, 유태진은 서연주의 옆으로 다가오며 차가운 눈빛으로 심가희를 바라보더니 다시 박은영을 흘낏 쳐다보고 냉랭하게 말했다. “그렇게 궁금하면 나한테 직접 물어보지 그래요? 연주와 무슨 관계인지는 내가 결정해요.” 박은영의 얼굴에 미세한 동요가 일었고 방금까지 느껴지던 묘한 감정이 싹 사라졌다. 이미 예상했던 결말이었다. 유태진의 말은 서연주를 향한 보호이자 박은영을 향한 경고였다. 그는 서연주가 스스로 그들 관계를 밝히도록 가만히 있을 생각도, 서연주가 비난을 받도록 보고만 있을 생각도 없었다. 여자 친구든 약혼녀든 서연주와의 관계를 직접 밝혀 박은영이 그의 아내라는 주장을 뭉개버리려는 계획이었다. 박은영도 그의 속내를 모를 리 없었다. 만약 박은영이 유태진의 경고를 무시하고 나선다면, 그 역시 가차 없이 밀어붙일 사람이었다. 유태진은 박은영이 뭐라고 하던 신경 쓸 사람이 아니었다. 더욱이 지금 이혼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그는 오히려 서연주의 위치를 공식적으로 내세울 만한 기회를 얻는 것뿐이었다. 결국 난처한 처지에 몰리는 건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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