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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장민지의 애교에 주도영은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이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장난치지 말고 너 먼저 들어가서 결과 기다려. 담배 다 피우고 들어갈게.” 그의 태연하면서도 무심한 표정에 장민지는 더 매달렸다가는 무조건 화를 불러일으킬 거라는 걸 알고 주도영의 팔을 흔들며 말했다. “알았어. 빨리 와.” 아까 주도영의 컵을 깨뜨렸을 때, 화내는 그의 모습에 장민지는 은근히 설레긴 했지만 동시에 두렵기도 했다. 그녀는 주도영의 화를 누그러뜨리려 배가 아프다고 그를 속였고 다행히도 주도영은 더 화를 내지 않고 유리 조각을 치운 뒤 바로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왔다. 그의 이런 배려에 장민지는 더더욱 자신의 거짓말을 고백할 수 없었다. 장민지가 응급실 쪽으로 들어간 후, 주도영은 박은영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방금 그 장면을 박은영도 봤겠지? 또 화나서 눈이 빨개졌으려나?’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담배를 물고 박은영이 지나간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박은영이 차 문을 열려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 손을 내밀어 다시 문을 닫아버렸다. 고개를 돌려 주도영을 본 박은영은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찡그렸고, 주도영은 그녀의 담담한 표정에 실망스러웠다. “사람 보고 인사도 안 해?” 주도영이 따라올 줄은 예상도 못 했던 박은영은 입술을 깨물다가 이내 차분하면서도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두워서 못 봤어.” 그녀의 말에 주도영은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못 본 사람치고는 너무 빨리 도망친 거 아니야? 결혼까지 했다는 사람이 키스하는 걸 보고 그렇게 부끄러워할 필요 있나?” 날을 세운 주도영의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듣기 거북했지만, 박은영은 아무런 동요 없이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한테 볼일 있어?” 주도영은 그녀의 냉정한 반응에 담배를 바닥에 버린 뒤 발로 비벼끄며 말했다. “봤으면서 그냥 가는 건 직접 찾아오라고 투정 부리는 거 아니었어?” 예전에도 박은영은 이런 식으로 그를 조종하곤 했고 그는 항상 그녀에게 약했다. 박은영은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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