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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문 앞에는 두 대의 차가 멈춰 서더니 주도영이 먼저 차에서 내렸고, 그 뒤를 이어 예고 없이 찾아온 주명훈과 주해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을 본 박은영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 어머니의 기일인 오늘, 그녀는 단 한 번도 주명훈을 초대할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박은주에게 주명훈은 그저 고통스러운 기억이었고, 그 또한 지금까지 한 번도 산소에 찾아간 적도 없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오늘 왜 나타난 건지 박은영은 미간이 찌푸려졌다. “은영아, 이렇게 중요한 날을 아버지한테 알리지도 않은 거니?” 주명훈은 얼굴을 찌푸린 채 박은영을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한심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내가 마땅히 와야 하는 자리야.” 박은영은 무의식적으로 주도영을 바라보았다. 그가 아니었다면, 주명훈은 오늘이 어떤 날인지도 기억하지 못했을 터였다. 주도영은 그녀의 시선을 받아들이며 미간을 좁혔다. 그가 입을 열려는 순간, 주명훈이 손을 저으며 말을 가로막았다. “도영이 탓하지 마. 부부였던 사이에, 내가 이날을 모를 거로 생각한 거니?” 박은영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그녀는 주명훈의 위선에 속이 울렁거릴 지경이였다. 박씨 가문 그 누구도 그를 반기지 않을 텐데 하필이면 왜 오늘 같은 날에 나타나서 사람을 이렇게 불편하게 하는 건지, 박은영은 짜증이 몰려왔다. “그럴 필요 없어요. 외할머니와 삼촌도 당신을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거예요. 돌아가세요.” 박은영은 정중하면서도 얼음처럼 차가운 어조로 단호하게 말했다. 주명훈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복잡하면서도 불쾌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지금 이게 무슨 태도야? 내가 네 아버지라는 걸 잊었니?” 박은영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주 회장님한테 제 성이 박씨라는 걸 상기시켜 드려야 하나요?” 부녀의 정은 3년 전부터 이미 끊어진 지 오래였다. “너!” 주명훈은 즉시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호통을 쳤다. “너 점점 네 어미를 닮아 가는구나. 고집불통에 융통성까지 없다니. 이 아비가 아니었으면 네가 유 대표와 결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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