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7화
박은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로 서연주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구시죠?”
예상치 못한 서연주의 목소리에 박은영은 목구멍이 꽉 막힌 듯 침을 삼키기조차 어려웠다.
누구냐고 물었다는 건 유태진이 그녀의 번호를 저장해두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박은영은 고개를 숙인 채 발끝만 내려다보며 짧게 물었다.
“유 대표님은요?”
“옆에 계시지만, 오늘은 박은영 씨를 상대할 시간이 없을 것 같네요.”
서연주의 목소리는 한결같이 차분했다.
그녀의 당당한 어조는 마치 박은영이야말로 밖에서 드러내기 부끄러운 내연녀라도 되는 듯했다.
박은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말을 꺼내기도 전에 조기현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서연주 씨, 케이크 가게에서 전화가 왔는데 미리 케이크를 보내줄지 물어보네요.”
박은영은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었다.
한동안 제자리에 서 있던 그녀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미간을 찌푸리며 배를 문질렀다. 불편함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더 이상 확인할 필요도 없이 상황은 명백해졌다. 조기현이 직접 케이크 주문을 도와주고 있다는 건, 이 모든 게 유태진의 지시라는 뜻이었다.
유태진은 정말로 그녀의 기분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처음부터 그녀에게 조금의 존중도 보여줄 생각이 없었던 거였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그녀는 숨이 턱 막혀왔다.
박은영은 한동안 마음을 가다듬고 나서야 겨우 평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앞마당으로 돌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어 보였다.
박은영이 자리를 뜨자, 소나무 아래서 그녀를 지켜보던 주도영은 담배를 끄고 그녀의 뒷모습을 향해 비웃음을 지었다.
...
로열 그룹.
서연주가 핸드폰을 책상에 내려놓는 순간, 회의실에서 나온 유태진은 그녀를 향해 걸어오며 시계를 확인했다.
“왜 아직도 안 갔어?”
서연주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함께 가고 싶어서요. 다른 볼일이 더 있으세요?”
허윤정의 생일을 위해 유태진은 미리 선물까지 준비해 두었다.
서연주는 그가 자신에게 분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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