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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박은영은 고개를 살짝 돌려 서연주를 바라보았다. 서연주는 하이힐을 신고 있었는데 목선이 길게 뻗어 있었다. 표정은 우아하고 단정했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는 그 눈빛은 냉랭하고 오만함이 선명했다. 그녀가 유태진과 어떤 사이인지 알면서도 서연주는 끝내 ‘박은영 씨'라는 호칭만 고집했다. 게다가 방금 그 말도... “여긴 제 자리인데요.” 과연 유태진 옆자리가 그녀의 자리라는 것일까, 아니면 은근히 ‘유태진의 아내'를 의미한 것일까? 하지만 무엇이든 본질적으로 똑같이 건방진 태도였다. 박은영은 서연주의 속마음이 뭐든 상관없었지만 그렇다고 상대의 은근한 도발을 그냥 넘길 만큼 관대한 성격도 아니었다. “서연주 씨, 미리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전 서연주 씨와 다툴 생각 없으니까요.” 박은영은 담담하게 대답하며 냉정하지만 단호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미리?’ ‘다툰다고?’ 서연주는 박은영의 이 두 단어의 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박은영이 어떻게 할지에 대해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게다가 박은영이 빼앗으려 한다고 해도 자신과 겨룰 자격과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서연주는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살며시 웃으며 바로 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서둘러 문을 닫지 않고 몸을 옆으로 돌려 유태진에게 말을 걸며 시선을 유태진의 컴퓨터 화면에 고정했다. 유태진은 얼떨결 고개를 들어 박은영을 힐끗 쳐다보더니 뭔가 생각에 잠긴 듯했다. 박은영은 그의 눈빛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고 굳이 생각하려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번에 유태진이 화상 회의 내용을 서연주에게 일부러 숨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서연주에게 경계심이 없는 듯 아까 그녀에게 회의 내용을 들려주지 않으려 경계하던 태도와는 사뭇 달랐다. 박은영은 냉담하게 시선을 돌렸지만 마음에는 아무런 동요도 일지 않았다. “박은영 씨, 다른 차에 타세요.” 막 밖으로 나온 심해준은 이 장면을 보고 박은영이 굳이 얻어타려 하는 줄로 오해하며 말했다. “차가 이렇게 많은데요.” 상황을 지켜보던 김정한은 박은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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