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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박은영은 병원 문 앞에 나와 돌계단에 잠시 몸을 맡겼다. 의사가 언급한 그 전문의의 귀국 시기는 불분명했다. 게다가 만약 그 의사가 정말 권위 있는 인물이라면 진료 예약을 잡기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 전문의와 직접 연락할 수 있는 경로라도 있다면 아마도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을 텐데... “박은영 씨?” 박은영이 고개를 들었다. 김정한이 다가오며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박은영의 얼굴빛이 여전히 좋지 않다는 걸 알아챈 그는 지난번 병원에 그녀를 데려다주었을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다시 몸이 안 좋아진 건가요?” 그는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 박은영은 잠시 멍해 있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아마도 자신의 답변이 너무 딱딱하다고 생각했는지 박은영은 담담하게 한 마디 더 덧붙였다. “김정한 씨는 무슨 일로 오셨어요?” 김정한은 손에 든 약봉지를 흔들어 보였다. “지유의 천식약을 주기적으로 와서 받아가요.” 박은영은 비로소 깨달았다. 김지유에게 천식이 있다는 것, 그 어린 소녀의 건강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김정한은 훌륭한 오빠였고 동생에 관한 일에는 극진히 신경을 썼다. 그녀와 김정한은 본래 특별한 친분이 없었고 과거의 관계도 그다지 원만하지 않았다. 그러니 박은영도 그와 나눌 만한 이야기가 별로 없었다. 분위기가 어색하게 흘러갔다. 김정한 역시 이를 눈치챘고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박은영 씨는 오늘 무슨 일로 병원에 왔어요?” “저희 삼촌 주치의랑 치료 계획에 관해 이야기했어요.” 박은영은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 김정한은 박은영을 처음 봤을 때부터 뭔가 고민이 많아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한 마디 물었다. “무슨 어려움이라도 있어요? 혹시... 제가 도와줄 일이 없을까요?” 박은영은 천천히 그를 바라보았는데 눈에는 의구심이 담겨 있었다. 김정한이 예전에는 그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태도를 고려했을 때, 그가 먼저 나서서 도와주겠다고 하는 것이 꽤 의외였다. “...괜찮아요. 그냥 저희 삼촌을 위해 전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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