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0화
이 호텔은 연말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적지 않았다.
찾아오는 이들은 거의 부자나 귀족급으로, 서비스 수준도 최고급으로 5성급 호텔에 맞먹는 서비스를 자랑했다.
박은영과 나혜주 일행이 도착하자마자 직원들이 다가와 간단한 짐을 들어줬다.
나혜주는 지난 몇 년간 박태욱과 함께 병원에서 설을 보냈는데 올해는 드디어 온 가족이 함께하게 되어 한껏 기쁜 표정이었다.
“여긴 공기가 정말 좋구나. 이렇게 많은 사람과 함께 설을 보내니 새롭기도 하고.”
박은영은 박태욱의 휠체어를 밀며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할머니 마음에 드신다면 다행이에요. 할머니랑 외삼촌께서 쓰실 스위트룸은 제 방 바로 옆이에요.”
“스위트룸에 방이 많지 않아? 같이 묵으면 안 돼?”
박태욱의 질문에 박은영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제가 좀 있다가 수혁 오빠랑 온라인 회의를 할 수도 있어서 방해될까 봐 두 개로 예약했어요.”
그녀는 담담하게 화제를 돌렸다.
가방 속에는 항암제 병들이 들어있었다.
외삼촌이 아픈 이후로 그녀는 이런 약들에 예민해져 있었고, 무슨 일이 있는 걸 들킬까 봐 조심해야 했다.
섣달 그믐날 저녁 식사는 호텔과 미리 조정이 필요했기에 박은영은 나혜주 일행을 배치한 후 로비로 내려왔다.
매니저와 상의를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려던 그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전화를 하는 김정한을 발견했다.
그는 곁눈질로 박은영을 힐끗 보더니 즉시 시선을 고정하고는 인사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박은영은 잠시 놀라움을 거두고 그쪽으로 걸어갔다.
엘리베이터를 쳐다본 그녀는 김정한이 이미 버튼을 눌러둔 상태라는 걸 확인하고 조용히 서서 기다렸다.
무료하게 층수가 바뀌는 것을 바라보는데 김정한이 휴대폰에 대고 말했다.
“새로 개발된 지 1년밖에 안 돼서 환경이 아주 좋아. 하지만 오늘 밤은 방이 없을 거야.”
정하늘이 전화기 너머로 아우성쳤다.
“나도 같이 갔어야 했는데. 너는 모를 거야. 내가 돌아와서 할아버지한테 얼마나 혼났는지.”
“그래.”
“지금이라도 너한테 가면 안 돼? 너랑 같은 방에서 자게 해줘.”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