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2화
이효정은 조금 당황했다.
그녀는 잠시 침묵을 지키며 박은영의 말 속에 담긴 의미를 곰곰이 생각했다.
박은영의 성격은 잘 알고 있었다.
늘 유순하고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아이였기에 능력 범위 내에서라면 무슨 요구를 하든 대부분 거절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박은영이 갑자기 이렇게 ‘단호해'진 걸 보니, 이효정은 습관적으로 박은영에게 무슨 다른 계획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효정은 망설이며 물었다.
“왜 그러는 거야? 왜 준비 안 했어? 너도 잘 알잖아. 그 사모님들 네 손맛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걸. 매년 몇 세트씩 더 만들어서 선물하라고 분명히 말했을 텐데?”
그녀의 귀부인 모임 친구들은 명절이면 서로 선물을 주고받곤 했다.
사적으로도 자주 모이곤 했지만 실상은 이해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이었다.
박은영의 손맛은 그동안 사모님들의 인정을 받아왔다.
이효정은 지난 몇 년간 박은영에게 디저트를 더 많이 만들어 여러 가문에 나눠주도록 했었다.
그저 몇 가지 작은 디저트에 불과하더라도 박은영이 유씨 가문의 며느리인 이상, 이건 당연히 해야 하는 일 아니란 말인가.
박은영은 여전히 평온한 눈빛으로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유태진 씨가 제가 친정 식구들과 설을 보낸다고 말씀드리지 않으셨나요?”
이효정의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를 사실 그녀는 좋아하지 않았다.
과거에는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그냥 참아가며 해왔었다.
비록 몇 가지 디저트에 불과했지만 여전히 시간과 정력을 많이 잡아먹는 일이었다.
매년 그녀는 종일 주방에서 바쁘게 일해야 했는데, 새벽에 잠자리에 들 때는 허리와 다리가 거의 제 것이 아닌 듯 아프고 굳어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효정은 조금 의아했다.
그녀는 올해 박은영이 왜 갑자기 달라진 것 같은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히 예전에는 그들에게 매우 잘 보이려고 애쓰고, 얌전히 유씨 가문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어떻게 하든 그녀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시집을 갔으면 시댁에서 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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