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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아니요. 지금 바로 내려가야겠어요.” 박은영은 굳이 이곳에서 둘을 거슬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다만 이때 유태진이 따뜻한 손으로 그녀를 확 잡아당겼다. “넌 여기 있어. 내가 방 바꿀게.” 박은영은 미간을 찌푸리고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남자가 먼저 내려놓고 의도적으로 거리를 뒀다. “지금 돌아가면 할머니한테 뭐라 말씀드리겠어?” ‘아, 그런 거였구나.’ 그녀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지금 나더러 두 사람 커버 쳐주라고요?” 그렇게 해야 손주로서 할머니께 정정당당하게 말씀드릴 수 있으니까? ‘이 인간은 대체 날 뭐로 본 거지?’ 유태진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다가 옷소매를 여미었다. “네가 안 왔으면 이런 일도 없을 거잖아.” 그 순간 박은영은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했다. ‘그래서 내가 자초한 일이야? 이게?’ 그녀는 입술을 앙다물고 있다가 조건을 내밀었다. “알았어요. 커버 쳐줄테니 지금 당장 사표 처리 해줘요!” “그래.” 유태진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 미소가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지만 굳이 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박은영은 곧게 방으로 들어갔다. ‘서연주랑 데이트하려고 사전에 말도 없었던 거였네. 역겨워 진짜!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뭣 하러 여기까지 와?’ 그녀는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아무리 다 내려놓았다고 해도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캐리어의 옷들을 정리하고 이곳의 오락 시설을 검색해봤더니 마장이 있었다. 직원이 말을 끌어주며 탈 수 있기에 꽤 재미있을 듯싶었다. 박은영은 곧게 마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앙증맞은 여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빠, 나빠!” “내가 또 뭐?” 남자가 거들먹거리며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박은영은 걸음을 멈추고 말을 탄 두 남녀를 바라봤다. 남자는 여자를 껴안고 한 손으로 고삐를 잡고 다른 손으로 여자의 턱을 짚더니 키스를 퍼부었다. 박은영의 따가운 시선 때문인지 주도영도 이리로 쳐다보더니 미간을 확 찌푸렸다. 마치 둘의 애틋한 분위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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