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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박은영은 본능적으로 젓가락을 꽉 잡았다. “아니요. 저 아픈 데 없어요. 요즘 좀 바빠서 끼니를 걸렀더니 그런가 봐요.” 암에 걸린 후 그녀는 살이 엄청 빠졌고 식욕도 떨어졌으며 영양을 잘 흡수하지 못한다. 유태진과 주도영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녀를 사랑해주는 외할머니는 단번에 이상한 낌새를 알아챘다. 다만 이실직고할 순 없다. 외할머니 연세도 있으시고 엄마가 돌아가신 뒤 더는 충격을 감당할 수가 없으니. 외삼촌 박태욱은 간암으로 줄곧 요양원에 입원 중이라 이 상황에 박은영까지 쓰러 눕는다면 대체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 걸까? “은영아, 너 혹시 기분 안 좋은 일 있어?” 나혜주는 왠지 그녀가 기분이 우울해 보였다. “태진이랑 싸웠니?” 유태진은 거의 그녀와 함께 이리로 온 적이 없다. 이건 실로 수상한 일이다. 박은영은 수저를 내려놓고 할머니를 꼭 안아드렸다. “아니에요, 그런 거. 우리 잘 지내니까 걱정 마세요. 나중에 시간 되면 태진 씨도 꼭 데려올게요.” 그녀의 소원은 단 하나, 얼른 이혼하고 각자 삶을 살아가길 바랐다. 나혜주는 외손녀가 살찌라고 쉴 새 없이 음식을 집어줬다. 이에 박은영은 비록 입맛이 없고 속이 부대꼈지만 끝까지 웃으면서 다 먹었다. 떠나갈 때 그녀는 외할머니가 떠준 목도리를 챙겼다. 월요일. 박은영은 로열 그룹이 아니라 비전 기업으로 향했다. 유태진이 사표 처리를 허락했고 그녀도 인수인계를 마쳤으니 이제 새 출발을 해도 된다. 그녀는 남자 목도리를 차에 두고 여자 목도리만 두른 채 건물에 들어섰다. 심가희와 하수혁은 일찌감치 도착해 기녀를 기다렸다. 비전 기업 경영진은 이들 두 사람뿐인데 현재 박은영이 기술 성과를 자본으로 3대 주주가 되면서 많은 직원들이 그녀의 등장에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비전 기업에 입사하는 사람들은 모두 국내외 최고 명문대를 졸업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하필 박은영은 이력이 화려하지 못했고 유일한 경력은 홍보뿐이었다. 또한 비전 기업은 허세 부리는 겉멋 따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진작 말하지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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