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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물에 들어간 지 몇 초 되지 않아 밖에서 서연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진 씨? 안에 사람 있어? 왜 나왔어?” 유태진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그냥 가자.” 서연주는 무언가 더 말하는 것 같았지만 두 사람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 들리지 않았다. 온천 가장자리에 기댄 박은영은 문 쪽을 힐끔 보고 시선을 돌렸다. 유태진이 서연주랑 약속을 하고 온 모양이었다. 만약 박은영이 오늘 갑자기 온천에 오기로 마음먹지 않았다면 아마 둘은 이곳에서 멋진 데이트를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박은영은 이내 유태진과 서연주에 대한 생각을 접고 배에 난 흉터를 가볍게 어루만졌다. 그해 주도영이 회사 일로 문제가 생겼을 때 갇히기 전 누군가의 보복을 당한 적이 있었다. 그 일 이후 박은영은 반 달 넘게 입원해야 했고 그 후로는 다친 탓인지는 몰라도 임신이 어려워졌다. 박은영은 눈을 감은 채 오랫동안 조용히 있었다. 다음 날 박은영이 짐을 정리할 때 심가희가 아침을 먹으러 가자며 찾아왔다. 식당에 도착하자 하수혁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 “방금 유태진이 서연주랑 먼저 갔어. 아침도 안 먹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박은영은 오스트레일리안 플랫 화이트 커피를 주문했다. 꽤 훌륭한 리조트의 식사 메뉴에 박은영은 마음이 들었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차를 기다리는 동안 김정한이 로비 쪽에서 걸어왔다. 김정한이 유태진 일행과 함께 가지 않은 것을 본 박은영은 약간 의아한 얼굴로 인사했다. “김 대표님, 안녕하세요. 같이 안 가셨네요?” 김정한이 가까이 온 이상 하수혁은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김정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일 좀 처리하느라요. 마침 만났으니 같이 가죠.” 박은영과 심가희가 별말 하지 않자 하수혁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그래요.” 김정한의 시선이 박은영을 스쳤다가 하수혁을 바라보았다. “하 대표님, 시간 나면 자주 놀러 오세요. 이쪽은 언제든지 예약해 드릴 수 있어요.” 여기 리조트 예약이 아주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하수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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