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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이번 준비 기간이 길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박은영은 필요한 책을 모두 파고들고 복습까지 마치며 충분히 몰입했다. 그녀에게는 그리 힘든 일도 아니었다. 박은영과 서연주는 같은 전공이었기에 같은 시험장이었다. 박은영은 시험 종료 30분 전에 이미 답안을 제출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연주도 당연히 그 움직임을 눈치챘다. 그녀는 힐끗 보고는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오늘 첫 과목은 전공 시험이었다. ‘박은영이 이렇게 일찍 나간 건 결국 문제를 풀지 못했다는 뜻이겠지. 굳이 시간을 더 허비할 필요도 없었을 거야. 애초에 오늘 오지 말았어야 해. 괜히 폼만 잡으러 온 셈이네.’ 서연주는 가끔 이런 박은영의 사고방식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왜 이런 허세를 부리는 걸까?’ 그녀는 입꼬리를 조용히 올리며 결과를 짐작했다. 시험장을 나온 박은영 앞에는 심가희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유로운 걸음으로 나오는 그녀를 보며 심가희는 활짝 웃었다. “가자! 오늘 언니가 맛있는 거 사줄게!” 박은영은 서연주 쪽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기분 좋게 심가희와 친구들과 함께 식사하러 갔다. 그 후 남은 시험들을 연이어 치르고 면접까지 무사히 마쳤다. 이제는 성적 발표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결과를 확인하려면 일주일에서 길게는 2주가 걸렸다. 박은영은 전혀 조급해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시기에 몸 상태가 무너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시험을 끝마친 것에 감사했다. 현재 그녀가 담당하는 재난 구조 프로젝트는 장기전이 필요한 주요 시스템 파트를 맡고 있었고 그 외의 당장 급한 업무는 하수혁이 맡아 진행 중이었다. 그녀는 틈이 날 때마다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수혁이 고객을 만나고 돌아온 뒤, 한 가지 소식을 전했다. “상양 컴퍼니도 재생 에너지 쪽을 연구하고 있대. 심지어 양 대표도 만났는데 앞으로 방향이 우리랑 겹칠 거라고 하더라.” 하수혁은 서류로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유태진 쪽은 인맥이 넓으니 길을 잘 닦을 거야.” 상양 컴퍼니는 유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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