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1화
박은영은 상양 컴퍼니에서 보낸 소송장을 받았을 때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애초에 자신이 독립 개발자임을 세상에 공개한 순간부터 이런 일이 닥쳐올 것을 이미 예상했기 때문이다.
특허청에서도 곧바로 연락이 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심사와 검증을 진행하겠다는 것이었고 만약 단 하나의 문제라도 발견된다면 특허는 취소될 수도 있다는 통보였다. 그러나 그런 경고조차 박은영의 마음을 흔들지 못했다. 그녀는 차분히 앞으로 제출해야 할 증거 자료들을 정리하며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조용한 사무실을 울렸다. 화면을 확인한 박은영은 잠시 눈을 가늘게 떴다. 발신인은 배서훈이었다.
박은영은 곧장 전화를 받았다.
“배 대표님?”
저편에서는 공항 특유의 소음과 항공편 안내 방송이 함께 섞여 들려왔다. 배서훈이 지금 비행기를 타러 가는 중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비전 기업 건은 대략 들어요. 괜찮아요?”
배서훈은 오래전부터 하수혁이 하태민 교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하수혁이 결코 필요할 때 부하를 버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믿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시점에 박은영이 바로 그 시스템의 독립 개발자로 드러나다니.
‘설마 정말 박은영이 해낸 것일까.’
박은영은 잠시 의외라는 듯 눈을 깜빡였지만 곧 담담하게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배서훈은 쉽게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아직 확실히 증명된 것은 아니었지만 직감은 이미 결론을 말해주고 있었고 그와 동시에 알 수 없는 기대와 흥분이 가슴 속에 일렁였다. 잠시 생각을 가다듬은 그는 차분히 제안했다.
“상양 컴퍼니에서 이미 소송을 걸었다지요. 혹시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저희 월과 법무팀은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바로 변호사를 붙여 드리겠습니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표절 논란에도 불구하고 배서훈은 오히려 자신의 직감을 더 믿고 있었다. 저토록 정교하고 복잡한 시스템을 만들어낼 사람이, 겨우 초기 코드 몇 줄을 베껴야 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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