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2화
박은영은 미간을 좁혔지만 대꾸할 생각조차 없었고 몸을 비켜 그냥 지나가려 했다.
그러나 주도영이 앞으로 성큼 다가서며 길을 막았다. 찌푸렸던 그의 눈썹이 이내 느슨하게 풀리더니 낮게 말했다.
“지금 이런 때에 싸울 여유조차 없어. 은영아, 비전 기업 그만두고 내 쪽으로 와. 내 옆에서 일한다면 내가 널 지켜줄 수 있어.”
지금 비전이 모든 책임을 박은영에게 떠넘기는 모양새였다. 만약 표절이 사실로 굳어진다면 문제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지고 그 결과는 그녀가 감당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었다.
박은영은 마침내 고개를 들어 주도영을 바라봤다.
“오빠는 비전이 그 일을 했다고 생각해? 아니면 내가 했다고 생각해?”
주도영은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눈살을 한 번 찌푸리더니 성큼 다가와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붙잡으려 했다. 강압적인 기색이 드러나는 손짓이었다.
“그게 중요한가? 사실이 무엇이든 상관없어. 지금 당장 비전과 관계를 끊어. 내 회사에서 어떤 직책이든 원하는 대로 줄 수 있어.”
그러나 박은영은 단숨에 뒤로 물러서며 그의 호의를 행동으로 거절했다.
십수 년을 남매처럼 지내왔어도 주도영은 여전히 그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박은영은 말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 채, 단호히 그의 곁을 지나쳐 버렸다.
주도영은 그녀가 왜 그토록 고집을 부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돌아서서 박은영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릴 때부터 변함없는 고집. 한 번 마음을 정하면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려도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주도영은 그녀가 조금 부딪히고 상처받아야 현실을 깨닫는다고 생각했지만 상황마다 다르게 판단해야 하는 법이었다.
굳게 다문 입술 끝을 지그시 누르던 그는 결국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화면에 뜬 연락처는 유태진이었고 잠시 망설이던 주도영은 끝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
한편.
서연주는 비전 기업에 소송장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보고받았다.
“비전 같은 대기업이 자기 책임을 피하려고 박은영을 희생양으로 세우다니 참 우습네.”
사실 서연주는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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