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5화
유태진이 언제부터 서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유태진은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차에 몸을 기댄 모습이었고 깊고 검은 눈빛이 제때 흘러와 묘하게 날카롭고도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박은영의 발걸음이 순간 멈췄고 시선이 부딪히자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이 시점에 유태진이 자신을 찾아온 것 자체가 낯설고 의아했다.
박은영의 경계심을 눈치챈 유태진은 전혀 개의치 않은 듯 긴 다리를 내디뎌 곧장 다가왔다.
“유 대표님, 무슨 일이시죠?”
박은영은 유태진의 기세가 숨 막히게 다가오자 본능적으로 한 발 물러나고 싶어졌다.
그 눈빛을 읽은 듯 유태진은 걸음을 멈추고 달빛 속에서 고개를 숙여 박은영을 바라봤다.
“아마도 궁금한 게 많을 거야. 어쩌면 직접 만나서 확인하고 싶은 것도 있을 테고.”
사실이었다.
오늘의 주주총회는 너무 순조롭게 끝났다.
더구나 유태진은 서연주를 두둔하려는 기색조차 없었다.
“유 대표님은 남의 마음을 참 잘 헤아리시네요.”
박은영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꿰뚫어보듯 바라봤다.
“서연주가 주주 자리에서 쫓겨난 뒤 감당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텐데 굳이 이렇게 찾아오다니... 수고가 많으시네요.”
유태진이 설명을 하러 온 건지, 아니면 서연주를 위해 변호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티젠 문제는 너무 석연치 않았다.
그럼에도 박은영의 경험과 이성은 자신이 지나치게 의심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맞아. 일이 많을 거야. 오늘 일을 겪고 보니 네 표정은 생각보다 괜찮아 보이네.”
유태진은 여유 있는 어조로 말을 이었고 박은영은 냉소를 띤 채 입술을 살짝 비틀었다.
“모녀가 수년간 빨아먹던 피를 제가 직접 끊어냈는데 어찌 기분이 나쁘겠어요. 다만 유 대표님이 괜히 걔네를 위해 애쓴 게 아쉽죠.”
박은영의 가시 돋친 말에도 유태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차가운 눈빛이 박은영 위에 머무는 순간, 박은영이 잠시 방심했을 때 손이 뻗어와 손목을 단숨에 붙잡았다.
박은영의 뒤집힌 손목 위에 손톱 자국만 한 상처가 드러났다.
피는 맺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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