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7화
엄청난 충격은 서연주의 생각마저 멎게 했다.
몸을 휘감는 한기 속에서 마치 깊은 물에 가라앉는 듯 숨조차 막혔다.
최근의 일들은 허윤정과 서연주에게 그야말로 날벼락 같은 재앙이었다.
분명 모든 게 좋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믿었는데 불시에 변수가 생기더니 하나둘씩 무너져 내렸다.
그러니 이제는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만 했다.
상양 컴퍼니에 닥친 대형 사건은 아직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고 배당금 유용 사실도 밖으로 새어 나간 적은 없었다.
하지만 내부는 이미 발칵 뒤집혀 있었다.
많은 이들이 서연주와 박은영의 관계를 잘 알고 있었기에 이번 사태는 모두의 마음속에 결정타처럼 박혔다.
이제 두 사람의 무게 차이는 명확히 드러난 셈이었다.
서연주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고 이번 타격은 지금껏 당한 그 어떤 시련보다 컸다.
상양 컴퍼니 측에서 짐을 정리하라 통보가 왔을 때도 서연주는 유태진에게 전화를 걸지는 못했다.
일단 가보는 수밖에 없었다.
외부 사람들한테 초췌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서연주는 화장을 두껍게 하고 회사를 향했다.
상양 컴퍼니 로비에 들어서 몇 걸음 가지도 못했을 때, 문 쪽에서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본 서연주의 시선에 들어온 건, 앞장서서 걸어오는 박은영이었다.
곁에는 상양 컴퍼니의 몇몇 임원들이 따르며 공손히 보고를 이어갔다.
사람들의 눈빛에는 존경이 숨김없이 드러나 있었고 그 모습은 홀로 선 서연주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다.
서연주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고 소매 속의 손이 저절로 움켜쥐어졌다.
박은영은 곧장 엘리베이터로 향했고 두 사람의 시선이 정면에서 맞부딪혔다.
주변에 있던 이들 모두 속으로 감탄을 삼켰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잘나가던 서연주 대표가 순식간에 자리에서 밀려난 것이다.
누구라도 미칠 만한 상황이었고 서연주 역시 뼈아프게 느낄 수 있었다.
뒷덜미를 찌르는 수많은 시선이 바늘처럼 박혔고 이를 악물며 버티던 서연주는 마침내 차갑게 입을 열었다.
“박은영 씨, 원래 남의 걸 가졌으니 잘 지켜내길 바랄게요.”
박은영은 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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