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6화

주도영과 눈이 마주친 순간 이 남자는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치 외부인처럼 그녀의 어색함을 캐치하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박은영은 주먹을 꽉 쥐었다. 마지막 한 줄기 희망까지 서서히 사라져갔다. 그녀는 당당하게 주도영을 마주 보며 소원대로 말해줬다. “만나서 반가워요, 새언니.” 장민지는 더 환하게 웃으며 주도영의 허리를 안고 애교를 부렸다. 주도영의 눈가에 당황한 기색이 스쳤지만 곧장 장민지를 껴안고 거실로 돌아갔다. “어디서 쿨한 척이야?” 이때 주해린이 다가오며 비아냥거렸다. “우리 오빠 이제 너 같은 유부녀 안 봐!” “어제 유 대표님이 생일파티를 열어준 그 서연주 씨 요즘 상업계에서 앞다투어 경쟁하는 항공 공학 박사 출신이라며? 너처럼 밥하고 이부자리나 따뜻하게 해주는 가정주부가 감히 비교가 되겠어?” “곧 그 집에서 쫓겨날 것 같으니까 쪼르르 우리 집으로 달려온 거야? 뭐라도 건져보려고?” 엉망진창인 결혼생활과 모두의 질타를 받는 그녀의 신세... 박은영은 심장이 난도질하듯 아팠다. 그녀는 수중의 선물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걱정 마. 앞으로 내가 어떻게 지내든 이 집안과는 일절 상관없어! 왜냐하면 난 박씨잖아.” 이어서 매정하게 자리를 떠났다. 더 남아있어 봤자 피차 거슬릴 테니까. “얘 갔어?” 주명훈이 별관에서 나올 때 마침 박은영이 어두운 표정으로 집 밖을 나섰다. 주해린은 곧장 정신을 다잡고 그에게 구시렁댔다. “아빠, 쟤 좀 봐요! 애초에 우리 집안도 아빠도 안중에 없어요. 내가 볼 때 유 대표도 조만간 쟤랑 이혼할 거예요!” 3년 동안 지켜본 결과 주명훈도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박은영은 처음부터 끝까지 유태진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금방 결혼했을 때 그녀 덕분에 유씨 일가의 혜택을 받은 게 전부일 뿐 그 뒤로 수많은 프로젝트를 성사하려고 유씨 일가에 손을 벌렸지만 유태진은 애초에 장인어른 주명훈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게 다 못난 딸 박은영 때문이다. 남편의 마음도 사로잡지 못하는 폐인 같은 년! 주명훈은 어두운 표정으로 주해린을 쳐다봤다. “너도 이제 다 컸어. 은영이가 무능하니 나중에 기회 봐서 널 유 대표한테 보여줘야겠다.” 주해린은 아빠의 뜻을 곧장 이해하고 표정이 굳어버렸다. 무심코 주도영을 쳐다봤는데 이 남자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장민지를 바라보며 포도를 한 알 물고 그녀 입에 넘겨줬다. 주해린은 입술을 꼭 깨물고 눈가에 서러움이 스쳤다. ... 박은영은 방 두 개에 거실 하나 달린 고급 인테리어의 월셋집을 하나 구했다. 풀옵션이라 바로 입주 가능했고 1년 계약을 맺었다. 또한 그녀가 자주 가는 병원과 불과 2킬로미터 거리에 있어서 언제든 병원에 드나들 수 있었다. 주씨 일가에서 나온 뒤로 머리가 어지럽고 터질 지경이지만 유태진의 카톡을 차단하는 건 잊지 않았다. 전화번호는 일단 남겨둬야 한다. 혹여나 연락이 와서 가정법원에 수속 마치러 가자고 할 수도 있으니까. 지금 그녀가 할 일은 이혼 숙려기간을 버티는 것이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샤워를 마친 후 그대로 침대에 뻗어져 꿈나라에 들어갔다. 그 시각. 유태진은 별장에 돌아왔지만 현관에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전에는 아무리 늦은 시각이라도 박은영이 항상 그를 위해 불을 켜두고 있었는데, 또한 다정하게 외투를 건네받고 갈아입을 옷까지 대령했는데 지금은 썰렁할 따름이었다. 실은 유태진이 집에 돌아오는 날은 한 달에 ‘숙제’를 바치는 그 며칠뿐이다. 오늘도 습관처럼 외투를 벗어서 건넸는데 바닥에 툭 떨어졌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미간을 살짝 구겼다. ‘삐진 건가?’ 위층에 올라가 침실 문을 열어보았다. 기껏해야 그에게 삐지고 먼저 잠드는 방식으로 ‘항의’할 줄 알았는데 침대가 텅 비어 있었다. 별장에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박은영이 집에 없다니. 낮에 조기현은 서연주의 일로 박은영이 강경한 태도를 보였고 심지어 법원에 기소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이제 보니... 유태진은 넥타이를 풀고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이제 가출까지 하네?’ 다만 이 남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 이참에 너도 차분하게 머리 좀 식혀봐. 정신 차리라고 제발!’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