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0화
심준영이 먼저 심가희와 단둘이 이야기하겠다고 나서자, 심호영은 그 즉시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심가희에게 손짓했다.
“뭘 망설이느냐. 너희 두 사람 줄곧 타지에 떨어져 있었잖니. 이제 준영이가 돌아왔으니 감정을 잘 키워볼 수 있겠구나.”
심가희는 이해가 되지 않아 심준영을 쳐다보았다.
심준영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없이 밖으로 걸어 나갔다.
심가희는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라나섰다.
정원에는 아직 불이 켜져 있었다. 심준영은 대화가 들리지 않을 만한 곳까지 걸어간 뒤에야 몸을 돌려 뒤에 서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심가희가 다가가며 물었다.
“표정이 왜 그래요?”
그녀는 심준영의 감정이 현재 억눌려 있다는 것, 특히 자신을 보는 눈빛에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까닭 모를 불쾌감이 밀려왔다. 지난 세월 동안 심준영의 일거수일투족에 민감했던 그녀였기에, 그의 기분이 지금 최악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심준영이 차갑고 딱딱한 어조로 물었다. 화를 내는 것은 아니었다.
“무슨 뜻이지?”
심가희는 더욱 영문을 몰랐다.
“뭐가요?”
그녀의 반응이 이 순간 심준영에게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연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만약 오늘 심지은이 두 집안의 만남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다면, 심가희가 심태호에게 대체 무슨 말을 했을까?
“결혼을 취소하고 싶지 않았던 거라면 굳이 이럴 필요 없었어. 나를 속인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니까. 내가 신랑인데, 설령 우리 아버지와 몰래 결혼식을 정했다고 한들 내가 싫다면 누가 날 강요할 수 있겠어? 설령 말을 바꾸는 거라 해도, 솔직하게 말하는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잖아.”
심준영의 어조는 시종일관 변함이 없었다.
그는 마치 심가희에게 사실을 고하듯 지극히 냉정했지만 그 속에는 그녀의 일방적인 통보를 책망하는 뜻이 담겨 있었다.
심가희는 이제야 알아들었다.
심준영이 그녀를 오해하고 있었다. 오늘 이 자리가 자신이 꾸민 짓이라고. 그를 속이고 결혼을 강행하려 한다고. 말을 바꿨다고.
그녀는 심준영의 냉담한 눈매를 바라보았다. 그는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