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3화
지금 와서 서두를 이유는 없었다.
돌아가서 천천히 정리해도 늦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
어른들의 반응은, 심가희가 예상했던 것과 완전히 달랐다.
그녀는 직접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두 가문에서 다시 한번 상의해 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단 한마디뿐이었다.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할 거야.”
그 순간, 심가희의 가슴속에서 불같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왜 모두가 아직도 나를 철없는 아이로만 보는 걸까? 왜 내 진심은 언제나 투정처럼 들리는 거지?’
한서영은 딸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
그러나 남편의 완고한 성격 또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가희야, 엄마한테 솔직히 말해봐. 너희 둘 사이에 무슨 일 있었어?”
심가희는 목이 메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심준영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심지은’이라는 이름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 그녀를 한없이 초라하게 만들었다. 그 말을 차마 입 밖에 꺼내는 것조차 부끄러웠다.
그녀는 눈가에 고인 눈물을 가까스로 삼켜내며 입을 열었다.
“엄마... 준영 씨는 저를 사랑하지 않아요. 그러니 저도 이제는 강요하기 싫어요. 억지로 이어지는 인연 따위는 원하지 않는다고요.”
그 말을 들은 순간, 한서영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누가 봐도 심다희가 깊이 상처받은 모습이었다.
그녀는 급히 다가가 딸을 품에 안았다.
“괜찮아, 우리 딸. 네 아빠 고집 센 거 알잖니. 엄마가 아빠랑 다시 이야기 해볼게.”
심가희는 그녀의 품에 안겨 겨우 숨을 고르더니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네... 저 결혼 안 할래요. 이제는 정말 싫어요.”
심가희는 재벌가의 외동딸로서, 무엇 하나 부족함 없이 자라왔다.
하지만 그만큼 ‘가문의 규율’ 속에 철저히 묶여 있다.
결혼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가문의 일로 여겨졌고 그 세계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불문율을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했다.
그래서 그녀의 이번 반발은 모두의 눈에 철없고 이기적인 행동으로 비쳤다.
그러나 심가희에게 그 결혼은 더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