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5화
원래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신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현장은 여전히 어수선했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낮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
그때, 누군가가 심준영을 발견했다.
순식간에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그들의 시선에는 의아함, 비난, 그리고 조롱이 섞여 있었다.
차가운 시선들이 바늘처럼 그의 등에 꽂혔다.
가장 먼저 그에게 다가온 건 아버지, 심태호였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손을 높이 들었다.
찰싹.
“심준영! 너 이게 지금 사람으로서 할 짓이냐! 오늘이 어떤 날인지 몰라? 너 때문에 심씨 가문의 체면이 다 바닥에 떨어졌어!”
심태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심준영은 뺨이 화끈거렸지만 심준영은 아픔을 느낄 겨를조차 없었다.
그의 시선은 오직 단상과 출구를 향했다.
“가희 씨는요?”
“다른 남자랑 결혼하고 갔다! 만족하냐?”
오늘 벌어진 일은 단순한 결혼식 사고가 아니었다.
명예도, 신뢰도, 체면도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렸다.
“넌 도대체 어디 갔던 거야!”
그 질문에 나희수가 급히 앞으로 나섰다.
“지금 그런 말 할 때 아니에요. 이미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우선 수습부터 해야죠.”
그녀의 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이 상황에서 심지은 때문이라는 사실이 드러나선 안 됐다.
심준영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
“제가... 찾아가면 가희 씨는 돌아올 거예요.”
심가희는 아무리 화가 나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왔다.
그래서 그는 이번에도 돌아올 거라고 믿었다.
‘가희 씨는 그냥... 내가 늦어서 화가 난 거야. 나 놀라게 하려고 그러는 거야.’
하지만 아무리 스스로를 설득해도, 손끝의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다리에선 점점 힘이 빠져나갔다.
그럼에도 그는 몸을 돌려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첫 번째— 거절.
두 번째— 또 거절.
세 번째— 연결조차 되지 않았다.
그제야 그는 그녀가 자신을 차단했다는 걸 깨달았다.
심가희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를 차단한 적이 없었다.
아무리 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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