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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그해 만약 원하던 전공을 계속 공부했다면 박은영도 항공 공항 업계에 들어갔을 것이다. 드론은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첨단 기술 제품으로 군수, 민간, 농업 관련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그 당시 선생님으로부터 연구소 추천서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박은영이 정찰 타격 일체형 드론 U.N을 설계하고 기술 지도를 했기 때문이다. 장거리, 높은 탑재량, 고속, 자동화 작동, 기술 난관 돌파 등을 결합하여 현재 군에서 실전 운용되고 있으며 업계 내에서는 이미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아쉽게도 결혼 때문에 오늘날까지 시간을 허비하고 몸과 마음이 상처를 입은 채 젊은 나이에 암에 걸려 얼마나 살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이로써 박은영은 한 가지 도리를 깨달았다. 인간은 꼭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하고 자기애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이 병이 완치되지 못하더라도 정해진 시간 안에 더는 아쉬움과 미련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영역으로 돌아가 꿈을 향해 정진하고 싶어졌다. 심가희가 기술에 대해 전혀 몰라도 비전 기업에는 뛰어난 전문가들이 있다. 그녀가 자금을 지원하고 상대방은 팀을 이끌어서 연구를 진행했다. 몇 년 사이 비전 기업은 급성장하여 경운에서 무시할 수 없는 다크호스로 자리매김했고 잠재력 또한 매우 높다.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그때 내가 결혼을 택했고 수혁 오빠도 더는 나랑 연락하지 않았어. 오빠는 비전 기업 실세라 아마 날 받아주지 않을 거야.” 그해 박은영에게 추천서를 써준 사람은 하수혁의 아버지였다. 그들 부자는 박은영에게 큰 기대를 걸고 많은 정성을 쏟으며 그녀가 장차 큰일을 해내고 나아가 이 나라에 공헌할 거라 믿었는데 결혼을 택하면서 부자의 기대를 저버렸다. 심가희가 머리를 긁적거렸다. “수혁 오빠는 말로만 센 척하지 마음은 여리잖아. 언제 내가 자리 한 번 만들 테니 두 사람 허심탄회하게 얘기 나눠봐. 사실 오빠도 네가 많이 보고 싶을 거야.” 박은영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때 주명훈이 높은 곳에 기어오르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박은영을 유태진의 침대에 기어오르게 했다. 심지어 그녀더러 모든 꿈을 포기하라고 협박까지 해댔다. 이런 일만 없었어도 박은영은 지금쯤... 또 다른 찬란한 인생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별안간 휴대폰이 진동했다. 유나연한테서 걸려온 전화에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툭 끊어버렸다. 이혼할 마당에 더는 유나연도 봐줄 리가 없지. 다만 유나연은 오만함이 몸에 배어 끈질기게 전화를 해댔다. 다섯 번째 연결 만에 박은영이 겨우 전화를 받았다. “뭐야, 짜증 나게! 내 전화 왜 안 받아?” “무슨 일이야?” “열 시에 학부모 상담회 열어. 오빠 대신 학교로 와. 누가 물으면 우리 집안 도우미라고 해. 알았지?” 유태진과 서연주가 연인 사이임을 공개했으니 이 시점에 남들이 서연주를 오해하는 건 유나연도 절대 원치 않은 일이다. 한편 박은영은 입술을 앙다물고 있다가 차분하게 답했다. “난 네 엄마도 아니고 새언니도 아니야. 필요하면 네 보호자 찾아! 그리고 너도 이제 어린애가 아니야. 싹수없이 굴지 마! 예의는 밥 말아 먹었니?” 전화를 끊은 그녀는 피로가 몰려왔다. 유나연은 줄곧 박은영을 싫어했다. 어른들이 박은영에게 어떤 태도인지 이 녀석은 누구보다 빨리 눈치챘다. 죽기 살기로 유태진에게 매달려서 결혼한 여자, 결국 이 3년 동안 유나연은 방학 때마다 그녀를 찾아와서 한바탕 괴롭혔다. 옷도 빨고 밥도 짓고 갖은 수법으로 괴롭혀댔다. 유태진과 서연주가 뭔가 잘 돼가고 있을 땐 하루가 멀다 하게 찾아와서 박은영을 붙잡고 있었다. 행여나 그녀가 두 사람 데이트에 방해가 될까 봐. 17살이면 알 만큼 알 나이였다. 이제 더 이상 유나연에게 관대할 필요가 없고 그럴 의무 또한 없다. 박은영이 이토록 매몰차게 나오니 심가희도 마침내 그녀가 이혼을 결심한 걸 믿게 됐다. 이참에 비전 기업으로 돌아가서 하수혁을 잘 설득해 두 사람의 만남을 이뤄줘야 할 듯싶었다. 박은영은 병실에서 잠자코 링거를 맞았다. 오후 다섯 시가 다 되어갈 무렵, 유태진의 엄마 이효정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전화를 받았다. “나연이 어디 갔어? 너더러 학부모 상담회 가보라고 했다며? 선생님이 너도 안 오고 나연이도 결석했대. 애가 지금 연락 두절이란 말이야!” 이효정이 강압적인 어조로 다짜고짜 쏘아붙였다.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이라 박은영도 미간을 구겼다. 이효정은 줄곧 그녀가 탐탁지 않았고 심지어는 혐오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그해 박은영이 침대까지 기어오르며 결혼을 강요하지 않았어도 그녀의 아들 유태진은 집안 조건이 비슷한 부잣집 딸과 결혼했을 테니까. “전 잘 몰라요.” “네가 먼저 약속 어겼잖아! 왜? 책임 회피하려고? 3년 동안 애 하나 낳지 못하더니 어떻게 나연이한테 가장 기본적인 책임감도 없어?” “일단 진정해봐. 은영이가 어떤 애인지 너도 잘 알잖아.” 옆에서 유태진의 할머니 이금희가 이효정을 타이르며 마른기침을 해댔다. “나연이도 어린애가 아니야. 은영이한테 모든 책임을 돌릴 이유는 없어.” 이금희는 유씨 일가에서 유일하게 박은영을 아껴주는 분이다. 3년 동안 줄곧 그녀를 진심으로 지켜줬다. 유태진이 결혼을 받아들인 것도 이금희가 몸이 편찮아서 너무 큰 노여움을 당하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유태진의 할아버지 유동욱과 박은영의 외할아버지는 한때 전우 사이였고 이금희까지 그녀를 무척 예뻐하니 마지못해 결혼했다. 오늘 일로 할머니까지 걱정시켜드릴까 봐 박은영이 재빨리 대답했다. “나연이한텐 제가 한번 연락해볼게요.” 전에 항상 관대하게 굴다가 오늘 처음 자존심을 짓밟혔고 또 마침 반항기를 겪고 있는 어린 소녀라 감당이 안 됐겠지. 좀 전에 괜히 심하게 말을 내뱉은 것 같아서 박은영도 은근히 걱정됐다. 어쨌거나 여자아이인지라 안전이 최우선이다. 박은영은 주삿바늘을 뽑고 머리가 어지러워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한 채 유나연에게 연이어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유나연은 안 받거나 바로 꺼버렸다. 일부러 장난질하는 것처럼... 3년 동안 홍보팀에서 일한 짬밥이 있는지라 박은영은 세세한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유나연의 카톡, 인스타그램, 노래 앱, 페이스북까지 꼼꼼하게 조사하더니 마침내 당구장 위치를 확인했다. 다만 그녀가 도착했을 때 룸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꽤 많았고 한가운데 유태진과 서연주가 있었다. 유나연은 한창 서연주에게 매달려서 그녀의 모교인 우성대에 관해 캐묻고 있었다. 곁눈질로 박은영을 보더니 아이는 냉큼 서연주의 팔짱을 꼈다. “오빠가 언니 이렇게 좋아하는데 이제 나도 호칭 바꿀게요. 새언니라고 불러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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