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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갑보다 더 무서운 남편

“주이찬이 결혼하는 건 내가 누구보다 잘 알아. 그러면 뭐? 주이찬이 너처럼 밖에서 이상한 짓거리 하고 다니는 것도 아니잖아. 결혼하고 나면 정해진 순서대로 아이도 낳고 그러겠지. 너는 네 앞가림 하나 못하면서 왜 다른 사람과 비길 생각만 하고 있어?” 유수진의 정서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최소한의 충성도 못 지키면서 나만 희생하길 바라잖아. 내가 왜 너를 사랑해야 하는데? 네가 뭐가 잘났다고?” “네가 한 짓을 생각해 봐. 내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건 아닌지. 혼인 신고한 날부터 다른 여자랑 붙어먹었다는 건 우리 결혼을 쇼윈도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야.”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첩질할 생각을 해?” 유수진이 드물게 화를 내자 한경민은 심장이 저릿했다. “고칠게...” “고치면 받아줘야 해? 저번에도 이 일로 나랑 싸우면서 고치겠다고 했잖아. 그러면 오늘은 뭔데? 너 절대 못 고쳐. 나도 너 같은 사람 좋아할 만큼 타락하지 않았고. 좋아할 구석이 없는데 어떻게 좋아해?” “지금은 네 뜻에 따라 시댁 챙기러 왔으니 만족했겠지?” 유수진은 한경민의 이기적인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앞뒤 가리지 않고 악을 쓰는 모습이 유수진의 태연한 모습과 극명한 차이를 이루어 마치 한경민이 미쳐버린 게 유수진의 탓이라도 되는 듯한 착각을 줬다. 한경민은 유수진에게 아내 된 도리를 다하라고 요구했고 신경 써주고 사랑해달라고 했지만 이건 말 그대로 강박이었다. 설렘조차 없는 관계에서 사랑이라니, 가당치도 않은 소리였다. 유수진은 한편으로 한경민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유수진처럼 사랑에 고픈 사람이 얼마나 큰 고통을 받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아니. 절대 만족 못 하지. 난 너랑 쇼윈도가 아닌 진짜 부부가 되고 싶어.” 한경민이 유수진을 끌어안으려 했지만 유수진이 잽싸게 밀어냈다. 한경민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유수진을 뒤따라가 품에 꼭 끌어안았다. 거친 행동은 마치 유수진이 떠날까 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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