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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심은지는 이곳에서 강은우와 마주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말문이 막힌 심은지는 잠시 표정이 굳었다. 그러자 유수아가 다가왔다. “은지야, 이 악기 모양의 볼펜 좀 봐. 아기도 좋아하겠지? 흰색이 좋아? 까만색이 좋아? 그냥 둘 다 사자.” 유수아는 손에 든 흑백 색의 리코더 모양의 볼펜을 심은지의 배 앞에서 흔들며 배 속 아기의 의견을 묻는 흉내를 냈다. 실제로는 아직 임신 두 달 남짓, 배 속은 아기는 겨우 배아 단계였다. 그러자 강은우의 얼굴에서는 반가움이 서서히 지워졌다. 집에는 안 돌아오면서, 배 속 아기 장난감은 사러 나온 엄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유수아는 옆에 선 강은우를 알아보지 못했고 곧 다른 코너에 시선이 빼앗겼다. “돌잡이에 쓸 주판은... 그냥 은으로 하나 주문할까? 또 뭐가 필요하더라...” 유수아는 선반을 이리저리 훑으며 필요한 품목을 중얼거렸다. 강은우는 입술을 꼭 다물었다. 무심한 표정으로 심은지의 배를 힐끗 보고는, 학교에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엄마가 둘째를 낳으면, 첫째는 덜 사랑하게 된대.” ‘이제는 진짜로 둘째가 생겼고 앞으로 엄마의 사랑은 모두 그 아기에게로 가겠지.’ 강은우는 금세 눈물이 고였다. 그래도 울지 않으려고 꾹 참았다. 함께 온 친구의 손을 잡고 문구점 밖으로 성큼 걸어 나가는 강은우의 모습은 마치 숨을 곳을 찾아 도망치며 헤매는 아이처럼 처참했다. 그 순간, 심은지는 심장이 아플 정도로 속상했다. 그녀 역시 강은우가 이렇게 반응할 줄은 몰랐다. 심은지는 방금 자신이 너무 차갑게 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렇다고 해서 예전에 강은우가 저질렀던 일들을 떠올리면, 애써 무심하게 못 본 척 넘긴 것도 틀리진 않았다. 또 한편으로는 6년 동안 품고 키운 친아들을 이렇게까지 대하는 게 맞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두 가지 감정이 뒤엉킨 심은지는 속이 답답했다. 조금 뒤, 유수아가 또 이것저것을 들고 와서 보여 주려다 심은지의 얼굴이 한층 더 창백해진 걸 보고 움찔했다. “은지야,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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