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2화
심은지가 말을 끊으며 답했다.
“네 선배 사적인 일은 나도 몰라. 직접 가서 물어보는 게 낫지 않을까?”
“아...”
고아린은 잠시 실망한 듯했지만 곧 눈에 장난스러운 빛이 번득였다.
그녀의 얼굴엔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다.
심은지는 고아린의 표정을 보고 살짝 의심스러워졌다.
“고아린, 나한테 방도원 소개해 준 거 단순한 호의가 아닌 거야? 나 핑계 삼아서 그 사람한테 접근하려고?”
방도원의 예상대로 고아란이 심은지에게 그를 소개해 준 건 도와달라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었다.
고아린은 멋쩍게 웃었다.
“은지 언니, 그래도 일거양득이잖아요. 언니 도와주는 김에 제 작은 욕구도 하나 같이 만족시키는 거죠.”
고아린은 자신이 심은지를 이용하고 있다는 자각은 전혀 없이 오히려 당당하게 인정해서 심은지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더 이상 고아린과 쓸데없는 대화를 이어갈 생각이 없었던 심은지는 결국 고개를 저으며 가방을 챙겨 들었다.
고아린이 방도원과 어떻게 되든 그녀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녀가 방도원을 찾은 것도 어디까지나 상담 때문이었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
심은지가 사무실을 나서자마자 고아린은 바로 핸드폰을 꺼내 방도원에게 문자를 보냈다.
[선배, 은지 언니 상태가 많이 안 좋은 건가요? 너무 걱정돼요.]
얼마 지나지 않아 방도원에게서 답장이 왔다.
[미안한데 당사자 외에는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어.]
“와, 선배한테 답장 왔다!”
고아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들뜬 목소리로 말하며 곧장 다시 문자를 보냈다.
[선배, 저 정말 은지 언니가 너무 걱정돼서 그래요. 게다가 언니는 지금 임신 중이잖아요. 클리닉 아래 식당에 자리 예약했는데 만나서 얘기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그 이후로 10분이 넘도록 답장은 오지 않았다.
기다림에 지친 고아린은 또다시 문자를 보냈다.
[선배, 아니면 제가 선배 사무실로 갈까요?]
[거절.]
‘여자가 남자를 쫓아다니면 쉽게 이뤄진다더니 도원 선배는 뭐가 이렇게 어려운 거야.’
...
밤 10시가 넘은 시각, 강은우는 세수까지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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