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6화
한서연은 미리 준비해 둔 대사를 꺼낼 기회조차 얻지 못했지만 조급해하지 않았다.
차에 올라탄 그녀는 곧장 플렁드로 향했고 막상 도착하니 아침이라 그런지 줄이 오후보다 훨씬 길었다.
진한 빵 냄새가 공기 중에 흩어지며 달콤하게 코끝을 자극했다.
그녀조차도 슬며시 입맛이 돌 정도였다.
...
한성 그룹.
심은지는 오전 내내 업무에 몰두했다.
급한 전화도 오지 않은 터라 그녀는 핸드폰도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러다 10시 조금 넘어 임지현이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데워다 주며 숨을 돌릴 틈을 줬고 그제야 심은지는 폰을 확인했다.
한서연이 보낸 문자를 본 심은지는 멈칫하다가 문자를 확인했다.
“은우는 서연 이모가 제일 좋아요.”
짧은 음성 파일 속 강은우의 목소리가 고요한 사무실 안에서 유독 날카롭게 울렸다.
심은지는 눈을 살짝 내리깔며 파일에 적혀있는 시간을 확인했다.
아침 8시 45분에 강은우가 한 말이었다.
한서연의 문자도 함께 확인한 심은지의 입가에 자조 섞인 웃음이 스쳤다.
문자를 확인하고 핸드폰을 내려놓으려는 순간 인스타그램 알림이 떴다.
무심결에 눌러 들어간 그녀는 한서연이 올린 게시물을 보게 됐다.
강우빈이 오늘 챙겨준 아침도 달걀과 만두였다는 것을 떠올린 심은지는 마음 한구석이 저릿해 났다.
떨리는 손끝으로 핸드폰을 내려놓은 심은지는 화장실로 달려가 아침에 먹은 것을 게워 내기 시작했다.
플렁드 앞, 한서연은 한 시간 넘게 줄을 서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내리쬐는 햇볕이 머리 위를 태우는 듯했고 얼굴의 화장은 땀에 번져 망가져 갔다.
겨우 롤 케이크를 손에 넣은 한서연은 그 외에도 자신은 좋아하고 심은지는 절대 손대지 않는 디저트들도 몇 가지 주문했다.
몇 년이나 심은지 곁에 있었던 그녀는 심은지의 입맛쯤은 꿰뚫고 있었다.
한서연은 에버그린 글로벌 초등학교에 도착해 강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은우야, 네가 말한 롤 케이크 이모가 줄 서서 사 왔어.”
쉬는 시간 교문으로 달려온 강은우는 한서연 손에 들린 케이크를 보고 두 눈을 반짝였다.
아이는 신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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