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90화 폭탄 해체
말이 끝나자 백우상은 조경운과 함께 중원각으로 들어갔다.
백우상과 조경운은 세계 제1의 조직인 천왕궁의 두 천왕이었다. 그들은 엄청난 권력과 지위를 가지고 있는 동시에 지위도 엄청났다.
흔히 사람들은 지위가 높고 돈이 많을수록 자신에게 주어진 부귀영화를 채 누리지 못할까 봐 죽음을 두려워한다고 한다.
하지만 백우상과 조경운은 달랐다. 이들은 밑바닥에서부터 한 걸음 한 걸음 지금의 자리까지 오른 사람이었기에 모두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천왕궁의 사람들 중에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그들은 모두 타인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것이 바로 천왕궁의 천왕들과 대장들이 이토록 단결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백우상은 조경운의 휠체어를 밀고 중원각 안으로 들어왔다. 안에는 수십 개의 테이블이 즐비되어 있었고 음식은 절반이나 남은 것으로 보아 아마 식사를 하던 중 폭탄을 발견하고 모두 밖으로 대피한 듯싶었다.
“오늘 중원각의 장사가 꽤 잘됐나 보네.”
백우상이 말했다.
그러자 조경운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마 오늘 큰 예약 손님이 있었던 모양이야. 이 규모로 보아 이쪽 한인타운 쪽에서 세력이 꽤 큰 사람인 것 같아.”
백우상이 손으로 턱을 괴고 말했다.
“오산 그룹, 화명 그룹 그리고 서강 그룹, 아마 이 중 하나겠지.”
“그런데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우리 중원각은 총과 칼 등 무기를 휴대하고 들어오는 걸 엄금하고 있잖아. 누군가 휴대할 시, 문 입구 쪽에 설치된 금속 경보기가 즉시 울리게 되어있고. 그런데 어떻게 폭탄이 중원각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거지?”
“중원각에 설치한 금속 경보기가 고장이라도 났던 걸까? 그런 우연이 있을 리가.”
조경운도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럼 우리 중원각 안에 배신자가 있는 거 아닐까?”
“하하하, 누가 알겠어.”
백우상은 갑자기 하하 웃었고 조경운도 따라 웃었다.
이 두 사람은 지금 폭탄을 해체하러 가고 있었다. 게다가 이 폭탄은 폭탄 해체 전문가조차도 짧은 시간 내에 해체할 자신이 없다고 했기 때문에 이번 일로 목숨을 잃을 가능성도 매우 컸다.
그러나 백우상과 조경운은 모두 조금도 긴장하거나 두려운 기색이 없어 보였고 오히려 분위기를 매우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두 사람이 2층 주방 입구에 도착했을 때 조경운이 불쑥 물었다.
“우상, 이번에 우리가 여기서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랑 함께 하는 거 어때?”
“뭐라고?”
백우상이 당황한 듯 되물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조경운은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말했다.
“됐어, 아무 말도 안 한 거로 쳐.”
“쳇!!!”
백우상은 조경운에게 중지를 치켜세우더니 주방으로 들어갔다.
이때 주방의 모서리에는 셰프로 보이는 두 명의 뚱뚱한 사람이 밧줄로 폭탄에 묶여 있었다.
두 사람은 이미 너무 무서워 미칠 지경이었다. 그리고 백우상과 조경운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마치 거의 죽어가던 물고기가 다시 희망이라도 본 것처럼 끊임없이 백우상과 조경운 쪽을 향해 끊임없이 고개를 흔들며 울부짖기 시작했다.
“경운, 여기서 잠깐 있어.”
백우상은 조경운을 두고 묶여있는 두 사람을 향해 걸어갔다.
백우상은 먼저 그중 한 사람의 입에 붙어있던 테이프를 뜯었고 그 사람은 공포에 잔뜩 질려 소리쳤다.
“백우상 사장님, 살려주세요.”
“걱정 마세요, 당신들이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겁니다.”
백우상은 두 사람의 몸에 묶인 폭탄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폭탄은 총 두 개로 한 사람 몸에 한 개가 연결되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두 사람의 몸에 묶여 있는 폭탄은 동시에 폭발한 같은 폭탄이었다.
이때 폭탄의 카운트다운은 2분, 백우상은 폭탄에 연결된 촘촘한 선로를 보면서 두피가 저려왔다.
“젠장, 엄청 복잡하네.”
백우상은 심호흡을 하며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폭탄에 설치된 선로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백우상은 어릴 때부터 전란국에서 활동한 무기 전문가였고 일찍이 이런 군사 무기들을 자체 제작하여 팔기도 했다. 그중 폭탄을 연구 제작하는 것도 그녀의 능력 중 하나였다.
만약 이 두 폭탄이 정부 쪽에서 구입한 정규 폭탄이었다면 백우상은 짧은 시간 내에 이 폭탄을 완전히 파악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두 폭탄은 자체 제작된 것이었기에 백우상은 손쉽게 이 폭탄의 구조를 파악해 낼 수 있었다.
1분 만에 백우상은 이 폭탄의 구조를 완전히 파악했다. 그러나 백우상은 이 폭탄의 구조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X발, 수평 장치를 달다니.”
백우상이 중얼중얼거렸는데 폭탄 위의 숫자가 1분이 되었을 때 이 수평 장치는 순간 작동되기 시작했다.
폭탄에 묶인 두 사람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그들이 떨자 수평 장치 위의 쇠구슬도 불규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움직이지 마세요.”
백우상은 식겁하여 앞에 있던 두 사람을 거세게 눌렀다.
“우상, 무슨 일이야?”
저쪽에 있던 조경운이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물었다.
그러자 백우상이 말했다.
“1분 카운트다운부터 폭탄의 수평장치가 자동으로 작동했어. 그런데 이 두 분은 계속 떨고 있으니 폭탄은 언제든지 폭발을 일으킬 수 있어.”
“두 분, 저희가 당신들과 함께 할 테니 두려워하지 마시고 떨지 마세요.”
백우상이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두 셰프 중 한 명이 말했다.
“백우상 사장님, 저, 저희도 떨고 싶지 않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아요.”
바로 이때, 저기 있던 조경운이 갑자기 다가오면서 손가락으로 두 셰프 몸의 한 부위를 짚었다.
그러자 순간 두 셰프는 마치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듯 움직이지 않았다.
“경운, 저 두 사람 죽은 거 아니지?”
백우상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조경운은 백우상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
“이 상황에서도 아직 농담이 나와? 저들의 혈을 짚어 잠깐 행동을 멈추게 했지만 오래 버티진 못할 거야. 그러니 얼른 폭탄을 해체해야 돼.”
백우상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이제 40초 남았어. 이들을 40초만 버티게 해 줘.”
조경운은 두 셰프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백우상은 정신을 집중하여 폭탄의 선로를 뒤지기 시작했는데 매우 진지해 보였다.
하지만 조경운의 시선은 전혀 폭탄에 머물러있지 않고 백우상에게 향해 있었다. 백우상은 평소 털털하고 호탕한 성격의 사람이었지만 그녀의 조용하고 진지한 모습은 이토록 매혹적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