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98화 거대한 물고기
한편, M 국 한인타운, 오산 그룹.
M 국 한인타운은 H국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자 동시에 각종 조직과 패거리들이 우글거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오산 그룹, 화명 그룹, 서강 그룹 등이 가장 큰 세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그 세력들도 천왕궁에 비하면 미미한 것일 뿐이었다.
천왕궁이 다크 토템을 무너뜨려 해외 최대의 조직이 된 이후, 다른 모든 조직들이 천왕궁을 중시하게 되었다. 특히, 천왕궁의 18대 장 중의 하나로서 한인타운 내에서 군림하고 있었다.
한때는 여러 조직들이 무질서한 시절을 겪기도 했지만, 이후 안정이 찾아와 조직들은 평화롭게 발전하며 상생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교란자들이 교란을 일으키면서 평화로웠던 한인타운이 다시 혼란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귀룡이 소유한 한인타운의 호텔이 폭탄 테러를 당하고 중원각도 테러에 휘말리면서 위험한 기운이 가득했다. 그러나 지금은 천왕궁이 반격을 시작했으니, 이러한 위험들도 곧 진압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오산 그룹 본부는 한인타운의 서 거리에 자리 잡고 있으며 오산 빌딩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평소에 오산 그룹의 회장 조충원이 주로 이곳에서 회사 일을 처리한다.
조충원의 생일이었던 며칠 전, 중원각에서 큰 잔치를 벌였는데 하필 그날 중원각 폭탄이 터졌다. 그 후, 백우상과 조경운은 중원각의 모든 직원을 철저히 조사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그래서 이들은 자연스레 오산 그룹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폭탄이 중원각에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면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 것이 틀림없다. 따라서 중원각의 직원들에게 문제가 없다면 문제는 오산 그룹 쪽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분석 끝에, 백우상과 조경운은 오산 그룹의 범행 증거를 확보했다.
오후, 검은색 벤츠 차량이 서거리 입구로 세차게 달려와 오산 빌딩 앞에서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자 천왕궁의 궁주 하천과 백우상 천왕이 내렸고 뒤이어 많은 천왕궁의 정예들이 따랐다.
이 광경을 본 문지기는 당장에 얼어붙어 버렸고 그는 즉시 무전기로 건물 안의 조충원에게 알렸다. 1분도 안 되어 조충원은 빌딩 안에서 당황한 모습으로 뛰쳐나왔다.
“하천 궁주님, 우상 사장님, 멀리서 오셨는데 미처 맞이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조충원은 겸손하게 말했고 하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충원 회장님, 얘기할 게 좀 있습니다. 사무실로 갈까요?”
조충원은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하천 궁주님.”
그러고는 하천과 백우상, 조충원은 함께 빌딩으로 들어갔고 나머지는 모두 빌딩 입구를 지켰다.
이때, 연이어 차들이 도착했고 곧 수백 명의 검은 정장을 입은 남성들이 차에서 내렸다. 그들은 천왕궁의 특수제작 전투복을 입고 있었고 이윽고 서거리 전체를 봉쇄했다. 이들을 이끄는 사람은 바로 천왕궁의 18대 장 중 하나인 귀용이었다.
오늘 하천과 백우상이 여기 온 것은 단순히 조충원에게 질문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세 사람은 빌딩 13층 조충원의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 안에는 거대한 어항이 있었고 그 안에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금붕어가 매우 눈길을 끌었다.
금붕어는 보통 50~60cm 정도이지만 이 어항 안의 금붕어는 무려 1m에 달했고 비늘은 마치 황금으로 칠한 듯 빛났다.
“이 물고기, 상당히 기세가 넘치는군요.”
하천은 금붕어에 관심을 보이며 말했다. 그러자 조충원이 바삐 다가와 말했다.
“하천 궁주님, 제가 사업가인지라 풍수도 믿고 이런저런 운을 바꾸고자 금붕어를 구입했습니다. 최근 사업이 좀 힘든 터라 운을 바꿔보려고 이 금붕어를 들였습니다.”
“음, 사는 데 꽤 많은 돈이 들었을 것 같은데, 보통 도시에서는 구하기 힘들 텐데요.”
조충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시장에는 없고 인맥을 동원해 금붕어를 구했습니다.”
그러자 하천의 말투가 갑자기 몇 톤 낮아졌다.
“제 말은 보통의 도시에서요.”
조충원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급히 화제를 돌렸다.
“하천 궁주님, 마음에 드시면 제가 나중에 하나 보내 드리겠습니다.”
“저는 금붕어를 좋아하지 않아요.”
하천은 웃으며 소파에 앉았다.
그때 백우상이 다가와서 말했다.
“조충원 회장님, 며칠 전에 저희 중원각에 사람이 폭탄을 설치했더군요, 혹시 오산 그룹과 관계는 없겠죠?”
조충원은 얼굴색이 확 변하며 급히 말했다.
“우상 천왕님, 그럴 리가요. 아무리 제가 회장이라 해도 천왕궁에 대적할 만큼 용감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날 우리 오산 그룹 사람들이 식사하러 갔을 때 모두 금속 탐지기로 검사를 받았습니다. 폭탄을 들고 들어갈 사람은 없었어요.”
백우상이 차가운 비웃음을 흘렸다.
“조충원 회장님, 아직 폭탄을 가지고 온 사람 얘기는 하지도 않았는데 왜 그렇게 급하게 자백하시는 거죠?”
조충원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우상 천왕님, 저는 그 뜻은 아니었습니다. 요즘 천왕궁에서 큰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니 분명 이 일을 조사하고 계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중원각의 일은 정말 저와 무관합니다.”
“정말입니까?”
“네.”
조충원은 하늘을 향해 맹세했다.
“제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면 하늘이 저를 벌할 겁니다.”
“하하하, 재미있군요.”
백우상은 웃었다. 그의 옆에 있던 하천은 금붕어를 가리키며 말했다.
“조충원 회장님, 저 물고기 혹시 김석훈이라는 젊은이가 준 건가요? 듣자 하니 이런 것에 상당히 관심이 많다던데. 3년 전에도 한 물고기 때문에 화명 그룹과 크게 싸운 적이 있지 않습니까?”
“저 물고기는 일반 도시에서는 찾을 수 없는 특별한 환경에서만 자랄 수 있는 훌륭한 물고기입니다.”
조충원은 당황해하며 해명했다.
“하천님, 정말로 저를 오해하신 겁니다. 제가 어떻게 물고기 하나 때문에 천왕궁에 맞설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물고기 때문에 그렇게 큰 책임을 질 수는 없잖아요?”
“우리 천왕궁은 증거를 중시합니다. 단순히 한 마리 물고기 때문에 충원 회장님을 모함할 리 없죠.”
하천이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증거가 필요하다고요? 제가 드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