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06화 미션 클리어
20분 뒤, 조구만은 매우 낡아 보이는 집안에서 렉스한테 호되게 얻어맞은 듯했고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벌벌 떨고 있었다.
“조구만, 네가 겁쟁이라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멕시코에서 제일 큰 향정신적 약품 밀매 조직 두목이 된 지금에도 이렇게 겁이 많을 줄은 몰랐네.”
바로 그때, 염군이 부하들을 따라 방안으로 들어왔다. 렉스한테 놀라서 거의 멘붕 상태인 조구만을 본 염군은 하하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조구만은 겁에 질린 눈으로 염군을 바라보았는데, 너무도 절망적이었던 조구만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전혀 몰랐다.
“말해봐, 신이의 카덴 그리고 그 나머지 놈들 지금 다 어딨어?”
염군은 조구만 앞으로 다가와 조구만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물어보았다.
“전…… 전 모르는 일이에요.”
짝!!!
염군은 가차없이 조구만의 따귀를 갈겼다.
“조구만, 이딴 수작이 나한테 먹힐 거 같아? 우리가 무슨 처음 만난 사이도 아니고. 고문하고 자백 받아낼 때 이 염군이 무슨 방법을 쓰는지는 너도 잘 알텐데.”
“내가 기억으로, 7년 전 골든 트라이앵글에 있을 때, 넌 아마 쿤차 소개로 내 구역에 왔었었지? 그때 내가 그 배신자 놈을 심문하고 있었는데, 네 눈으로도 똑똑히 봤을 거 아니야, 내가 그놈한테 진짜 지옥이 어떤 건지 알게 해준 거.”
이를 들은 조구만의 눈동자는 움츠러들기 시작했다.
“염…… 염장군님, 걔들이 지금 어디 있는지 정말 모릅니다.”
“전 그저 제2세계 사제회랑 같이 일했을 뿐입니다. 또 마침 카덴이 사제회 사람이였던지라 감히 거절하지 못한 거고요.”
“그놈들이 왜 천왕궁과 맞서려 드는 지는 정말 모릅니다. 그리고 염장군님, 제가 겁이 많다는 건 장군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설사 제게 간 백개를 준다 하더라도 전 감히 천왕궁과 맞서지 못할 것입니다.”
“하하하.”
염군은 또다시 웃기 시작했다.
“조구만, 네가 겁이 많다고 한 건 내가 그냥 농담 좀 한 거야, 네가 진짜 겁이 많아서 감히 천왕궁과 맞서지 못하는 거라면 왜 방금전엔 네 부하들한테 날 공격하라고 시킨 건데?”
이에 조구만이 급히 대답했다.
“그건 제 뜻이 아니었습니다. 뭣도 모르는 놈들이 지 멋대로 그 난리를 피운 겁니다. 전 정말 어떻게 된 일인지 모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작작해.”
염군이 조구만의 감언이설을 믿을 리가 없었다. 그는 몸을 일으키더니 옆에 버려져 있던 널빤지 더미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빠른 속도로 널빤지에 수두룩하게 박혀있던 못들을 떼내기 시작했다.
“저 놈 주둥이 좀 벌려봐.”
염군의 명령이 떨어지자, 염군 옆에 있던 부하 두 명이 조구만한테 다가가더니 강제로 조구만의 입을 벌려놓았다.
조구만은 겁에 질려 두 눈을 부릅 뜬 채 말했다.
“염…… 염장군님, 지금 대체 뭘 하시려는 겁니까?”
염군은 손에 못을 한 주먹 쥐고는 빙그레 웃는 얼굴로 조구만의 말에 대답해나갔다.
“말했잖아. 넌 내가 무슨 방법을 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조구만, 이 염군이 너를 잡았으니 네 입을 비틀어내서라도 그놈들이 어디 있는지 꼭 좀 알아내야겠어.”
말을 끝낸 염군은 손에 쥐고 있던 못들을 전부 조구만의 입속으로 쑤셔 넣었다.
조구만의 입이 닫히자 염군은 옆에 있던 널빤지 하나를 손에 쥐더니 조구만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악!!!
조구만의 비명 소리와 함께 녹슨 못들이 조구만의 뺨을 찔러 나왔다.
너무나 잔인한 장면이었던지라 옆에 서 있던 킬러 렉스마저 눈살을 찌푸릴 정도였다.
“염군, 좀 너무한 거 아니냐?”
“너무하지 않으면, 우리가 원하는 정보 알아낼 방법은 있고?”
염군은 보는 사람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섭게 웃어 보이더니 손에 든 널빤지를 다시 한번 들어 올렸다.
“조구만, 한 번만 더 참자. 이 게임 끝나면 못으로 눈알 박기 게임할 거야.”
조구만은 완전히 멘붕 상태가 되였다. 그러자 조구만은 염군이 두 번째 널빤지로 자신을 치기도 전에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아마도 자백하겠다는 뜻이었을 거다.
그러나 염군이 방금 전 조구만의 입을 못 쓰게 만들었으니 지금의 조구만에게 있어서 말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거봐, 이젠 입도 못 쓰게 생겼네.”
킬러 렉스는 경멸하는 눈으로 염군을 한번 째려보더니 작은 책 하나와 사인펜을 꺼냈왔다.
“내가 미리 준비해두길 다행이지.”
렉스는 사인펜과 책 하나를 조구만 앞으로 건네며 말했다.
“여기다 써, 수작 부릴 생각은 말고. 우린 신이라는 조직을 찾을 때까지 널 놓아줄 생각이 없거든. 나한테 수작 부린다면 어떻게 되는지는 네가 더 잘 알 거야.”
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 조구만이 어디 감히 수작을 부리겠는가? 원래도 겁이 많던 자였는데 염군에게 한바탕 얻어터지자 더욱 심한 멘붕 상태가 되였다.
조구만은 사인펜을 들더니 빛의 속도로 종이에다 시간과 장소를 써내려 갔다.
렉스는 종이를 가로채고 그 위에 적힌 내용을 읽어보았다.
“내일 저녁 6시, 크루스 항구.”
종이에 적힌 시간과 장소를 보며 렉스가 물었다.
“감히 우리를 속이진 않았겠지?”
조구만은 황급히 고개를 가로로 내저었다. 그리고 심지어 한쪽 손을 들고는 맹세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만약 입이 못 쓰게 되지 않았더라면 아마 맹세한다는 말을 입에 담고 있었을 것이다.
렉스는 계속해서 물었다.
“그럼 내일 저녁에 신이 조직에 속하는 모든 이들이 다 그리로 간다는 거지?”
조구만은 계속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럼 됐어.”
그러자 렉스는 손에 든 종이를 구겨버리더니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염군, 내가 이 소식을 회장님께 알릴게.”
“그래.”
렉스는 핸드폰을 손에 든 채 낡아빠진 집을 나섰고, 염군은 눈앞에 있던 조구만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한편, 천왕도에서는 하천이 궁전 속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그 맞은편에는 조경운이 앉아 있었다. 조경운의 손에는 핸드폰을 가지고 있었는데 최근에 출시된 상자 밀기 게임을 하느라 바빴다.
“미션 클리어.”
10분 정도 지나자 조경운은 게임을 그만 뒀고 핸드폰을 탁자 위로 던졌다.
“미션 클리어했다고?”
하천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갑자기 소파에서 일어나 앉았다.
“조경운, 지금 나랑 장난하는 거 아니지?”
“믿기 싫으면 직접 보시든지요.”
조경운은 탁자 위에 있는 핸드폰을 가리키며 무심코 말했다.
그러자 하천은 탁자 위에 있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 상자 밀기 게임 앱에 미션 클리어라고 떠있는 화면을 보더니 충격에 빠졌다.
“내가 이 게임 할 때는 미션 클리어까지 32분이나 걸렸는데. 이건 세계 최고의 연구개발 팀에서 만들어 낸 게임이라고. 지금 출시된 게임들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상자 밀기 게임인데.”
그 말과 함께 하천은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17분 32초, 나보다 절반이나 빠르게 클리어했다니.”
그리고 하천은 질투심 어린 눈빛으로 조경운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떨 땐 가끔 네 머리 안에 대체 뭐가 들어있는지 들여다보고 싶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