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07화 담판
조경운은 참으로 놀라운 인물이었다. 천왕궁에 처음 가입했을 때는 그는 단지 한인타운 중원각의 주인에 불과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한인타운에서 나고 자란 조경운은 쾌활한 성격으로 넓은 인맥을 가지고 있었다.
한 번 하천 일행이 한인타운에서 어려움에 처했을 때, 조경운이 그들을 도와주었다. 그리고 결국 하천과의 우연한 만남이 우정으로 이어지면서 조경운은 천왕궁에 합류하게 되었다. 조경운이 천왕궁에 금방 합류했을 때 그는 무술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조경운은 뛰어난 지능을 발휘하여 여러 차례 천왕궁을 도왔다. 결국 천왕궁이 다크 토템을 물리치고 세계 제1의 조직으로 거듭나면서 조경운은 천왕궁의 5대 천왕 중 하나로 봉해진 것이었다.
조경운의 명석한 두뇌는 하천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또한 조경운은 습득력도 뛰어났다. 하천은 구창풍으로부터 배운 내력수련 공법을 천왕궁 구성원들에게 전수한 바가 있었다.
이를 통해 천왕궁 고위층들과 천죄의 성원들은 모두 속속히 범속 초월의 고수로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원래도 무술에 능한 사람들이었기에 짧은 시간 안에 범속 초월의 고수로 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조경운은 무술은 손에 대본 적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내력수련 공법을 배운 후 짧은 시간 안에 범속 초월의 고수로 되었으며 내력수련 공법 중의 특유 기능인 고점혈법까지 습득했다. 이 고점혈법을 활용하면 조경운은 손에 든 은침을 통해 적의 몸에 있는 여러 혈을 적확하게 타격하여 적을 마비시킬 수 있었다.
이런 놀라운 능력을 통해 조경운은 한애와 백목창룡조차 감탄하는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점들에서 조경운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잘 알 수 있었다.
“조경운 사장, 이번 신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하천은 책상 위의 핸드폰을 들고 조경운에게 물었다.
조경운은 웃으며 대답했다.
“천왕궁은 이미 범속 초월의 조직으로 완전히 탈바꿈했으니 자연히 다른 세력으로부터의 견제를 받을 겁니다. 그동안 형님께서는 항상 천왕궁을 H국으로 복귀시킬 것을 원하셨는데 지금이 마침 기회지 않습니까?”
하천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가버리면 우리가 제2의 세계가 두려워 도망친 것 같잖아? 소문이 퍼지면 체면이 서지도 않을 거고.”
조경운이 말했다.
“하지만 신이 조직이 숨을 곳이 없어지면 어떤 무서운 일이 발생할지 모릅니다.”
이때 하천의 핸드폰이 울렸다.
“렉스야.”
하천은 핸드폰의 수신 버튼을 눌렀다.
전화기 너머 렉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님, 알아냈습니다. 내일 저녁 6시에 신이의 사람들이 크루스 항구에서 집합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크루스 항구는 현재 멕시코 쪽에서 가장 큰 무역 항구로서 만약 내일 크루스 항구 쪽에서 사람들을 잡으려면 먼저 멕시코 정부 쪽과 협상부터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국제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알겠다.”
하천은 간단하게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맞은편 조경운을 바라보며 말했다.
“역시 신이 조직을 처리하려면 먼저 멕시코의 정부 측부터 해결해야겠어.”
조경운이 웃으며 말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제가 직접 멕시코에 다녀오겠습니다.”
하천이 물었다.
“괜찮겠어? 무슨 문제가 생기진 않겠지?”
조경운이 자신 있게 말했다.
“누군가와 협력하려면 먼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잘 파악해야 합니다. 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만 제대로 파악한다면 협력은 십중팔구 성공할 것이고요.”
말이 끝나자 조경운은 스스로 휠체어를 돌리며 건물 밖으로 나갔다.
하천은 여전히 손에 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더니 말했다.
“참, 이제 백우상과 정식으로 연인관계를 확정 지었다며?”
“그렇습니다.”
조경운은 명쾌하게 대답했다.
“그럼 이번에 신이 조직 일만 잘 마무리되면 결혼하는 거 어때? 수연이랑 민소무 결혼식이랑 함께 말이야.”
“허허.”
조경운은 웃으며 말했다.
“저와 백우상의 결혼은 아직 그렇게 서두르지 않으려고요. 천왕궁이 H국으로 돌아간 뒤에 다시 이야기하죠.”
“그래.”
……
다음날 오전, 멕시코 정부의 회의실 안이었다.
회의실의 테이블 양쪽에는 멕시코의 수령과 조경운이 각각 앉아 있었다.
분위기는 기괴하고 무거웠다. 멕시코는 이미 만신창이가 된 나라로서 비록 멕시코의 수령이 나라의 대권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이곳 도처에는 각종 마약쟁이들이 횡행하고 있었고 백성들은 고통을 겪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이곳은 군벌이 할거하는 나라에 가까웠고 각종 약쟁이들이 지방의 권력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조경운은 세계 제1의 조직인 천왕궁의 천왕으로서 기세는 아주 높았다. 게다가 두 사람이 눈을 마주치는 순간, 조경운은 드높은 기세로 멕시코 수령을 깔아뭉갰다.
“조경운 천왕님, 무슨 일로 찾아오신 건가요?”
결국 멕시코의 수령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 멕시코의 수령은 들은 소문이 있기에 조경운이 무슨 일로 왔는지 분명히 알면서도 일부러 묻는 것이었다.
조경운도 빙빙 돌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오늘 오후 5시, 당신 멕시코의 크루스 항구를 우리 천왕궁에서 3시간만 빌렸으면 합니다.”
이 말에 멕시코 수령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리고 얼굴색도 다소 어두워졌다.
“조경운 천왕님, 크루스 항구는 저의 나라의 아주 중요한 무역 항구로서 3시간만 봉쇄해도 그 경제적 손실은 엄청납니다.”
“허허.”
조경운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른바 이 나라의 항구라 하는 곳은 약쟁이들이 마약을 밀매하는 데 편의를 제공하는 곳 아닙니까? 당신은 그 중무장한 약장수들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고요.”
“3년 전 당신들이 특수부대를 꾸려 그 약쟁이들을 소탕하려 했던 거로 기억합니다. 결국은 이 특수부대가 오히려 약쟁이들이 되어 당신과 맞섰지만요.”
조경운이 말한 이 사건은 당시 멕시코 쪽에서 큰 센세이션을 일으킨 사건이었다. 심지어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사건이었으니 이건 멕시코 정부의 수치이자 영원한 아픔이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