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09화 카덴
“누구요?”
비서가 물었다.
수령은 2초 동안 침묵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녁 6시에 미국의 쉴드에게 연락해.”
“미국의 쉴드요?”
비서는 수령의 말에 낯빛이 어두워졌다.
“수령님, 진심이십니까?”
비서가 물었다.
수령은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말했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우리에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제 이 일은 오직 쉴드만이 해결할 수 있어.”
“그, 그런데 우리가 6시가 되어서야 쉴드에게 연락을 하면 우리가 일부러 늦게 연락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수령이 말했다.
“이렇게 해야만 우리는 천왕궁과 제2의 세계 사이에서 균형을 이룰 수 있어.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어느 한쪽의 미움을 사더라도 모두 엄청난 피해를 입을 테니까. 하지만 걱정 마, 그래도 난 이 나라의 수령이니 내가 일을 잘 처리하기만 한다면 너무 많은 피해는 없을 거야.”
“알겠습니다, 수령님. 그럼 그렇게 하시죠!!!”
……
오후 5시, 황금빛 노을이 크루스 항구의 바다 위에 쏟아져 바다 전체는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멕시코에 약쟁이들이 횡행하지만 않았다면 백성들은 행복했을 것이고 이곳의 풍경도 더욱 아름다웠을 것이다.
이때, 항구의 해면 위에는 4척의 호화로운 요트가 정사각형으로 세워져 있었다. 매 척의 요트 위에서는 각종 사치스러운 활동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주의의 빈민들의 생활과는 너무나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가장 큰 요트의 갑판에는 스물세 네 살로 돼 보이는 얼굴에 긴 칼자국이 나있는 청년이 가운을 입고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그리고 이 청년은 브랜디 한 잔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 앞의 작은 수영장에는 연예인 못지않은 요염한 몸매를 가진 여인 몇 명이 장난을 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다른 한쪽에는 금발의 청년 한 명이 난간 위에 등을 기대고 미소를 지으며 그 여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금발 청년은 바로 금발 잭이었다. 그리고 갑판의 의자에 누워있는 청년이 바로 신이의 수령인 카덴이었는데 이번에 천왕궁을 겨냥한 계획들은 전부 이 녀석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었다.
앞의 작은 수영장에서 장난치고 있는 여인들을 보면서 카덴의 얼굴에도 음흉한 웃음이 떠올랐다.
카덴이 여인들 중 한 명을 향해 손짓하자 그 여인은 재빨리 카덴의 옆으로 다가왔다.
이 여인은 마치 뱀처럼 부드럽게 카덴의 몸을 어루만졌다.
“카덴 님, 제가 보고 싶으셨나요?”
여인은 말하면서 카덴의 목에 입김을 불었다.
“목마르지, 한 잔 해.”
카덴은 손에 든 브랜디를 이 여인의 눈앞에 건네주었다.
여인은 다급하게 말했다.
“카덴 님, 저는 술을 못 마셔요.”
카덴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이 정도 체면도 안 줘?”
여인은 웃으며 말했다.
“사실 술을 못 마시는 건 아니고 생리 날이라 찬 걸 못 마셔요. 그래서 수영장의 물도 일부러 데워놨고요.”
“오, 그렇군.”
카덴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의 손바닥에는 갑자기 불꽃이 타올랐고 들고 있던 브랜디에도 점차 흰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여인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카덴 님, 마술도 할 줄 아십니까?”
“이건 마술 따위가 아니야.”
카덴은 여전히 미소를 띄고 있었다.
“난 불을 통제할 수 있는 초능력자야.”
“진짜요?”
“데워진 이 술을 마시면 진짜인지 가짜인지 말해줄게.”
여인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카덴의 손에 있던 브랜디 한 잔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나 술을 입에 댄 순간 여인은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카덴 님, 이 술은 너무 뜨거워요. 끓은 물 같은데요.”
“찬 것도 싫다, 뜨거운 것도 싫다 하니 역시 날 무시하는 건가?”
카덴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순식간에 사라졌고 마치 마귀처럼 험상궂어졌다.
그리고 카덴은 여인의 턱을 움켜쥐고 뜨거운 술을 그녀의 입에 들이부었다.
악-
여인은 처량하게 울부짖으며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이 여인의 얼굴은 고통으로 가득 찼고 입 안은 불덩이를 삼킨 것처럼 괴로워 차마 말을 할 수 없었다.
이 순간 카덴이 손을 휘젓자 손바닥에서는 한 줄기의 불꽃이 튀어나왔고 그 여인을 명중시켰다.
그러자 여인의 몸은 마치 휘발유라도 끼얹은 것처럼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여인은 갑판 위에서 미친 듯이 발버둥 치다가 결국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떨어졌다.
“이제 진짠지 가짠지 알겠지. 하하하하.”
카덴의 음침한 웃음소리는 갑판 전체에 울려 퍼졌고 수영장에서 장난치던 다른 여인 몇 명은 모두 겁에 질린 표정으로 카덴 쪽을 바라보았다.
이 여인들은 큰돈을 받고 이곳 사람들과 하루 동안 놀아주기로 안배되었다.
그러나 돈은 버는 대가로 이곳에서 목숨을 잃고 싶지는 않았다.
“다들 긴장하지 마. 너희들이 순순히 말만 잘 듣는다면 절대 너희들을 해치진 않을 테니까.”
금발 잭이 빙그레 웃으며 수영장 옆으로 걸어가 옆에 있던 트렁크 하나를 열었다. 그리고 이 트렁크 안에는 뜻밖에도 모두 한 묶음 한 묶음 밀봉된 돈뭉치가 들어있었다.
이때 금발 잭은 이 트렁크를 공중으로 휘둘렀고 순간 빽빽한 돈뭉치들은 마치 비 내리듯 바다 위로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빨리 내려가서 주을만큼 주워, 전부 당신들 거니까.”
이 순간, 여인들은 방금 카덴의 미친 짓은 이미 잊은 듯 하나같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이 요트의 여인들뿐만 아니라 다른 몇 대의 요트에 있던 여인들도 미친 듯이 바닷속으로 뛰어내렸다.
돈뭉치들은 끊임없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고 금발 잭은 다른 트렁크 여러 개를 잇달아 바다로 던졌다. 이 여인들은 평소 언니 동생하며 친하게 어울렸지만 지금은 바다 위에서 돈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
“참 재밌어.”
금발 잭 등 사람들은 요트 앞에서 여인들을 멍청하단 듯이 바라보았다.
“돈이 그렇게 좋은 건가?”
“그건 네가 어렸을 때부터 돈 걱정 없이 살아서 그래. 저런 일반인에게 돈이 얼마나 중요한데.”
카덴이 금발 잭에게 다가가 브랜디 한 잔을 건네주었다.
금발 잭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난 뜨거운 거 싫어요.”
“이건 찬 거야.”
카덴은 다른 한 손으로 술잔을 살며시 한 번 만졌는데 이 술잔의 표면은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촘촘한 서리가 맺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