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16화 그건 그렇지만
이 말에 하천은 깜짝 놀랐고 옆에 있던 한애와 엄여수 등도 미간을 찌푸렸다.
천왕궁은 대부분 H국 사람으로 구성된 조직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천왕궁의 실력이 강대해짐에 따라 국제적으로 많은 나라와 조직, 그리고 가문들의 시기질투를 받았다. 이들은 H국 사람으로 구성된 천왕궁을 배척하고 온갖 방법들을 동원하며 이들의 발전을 막으려 했다.
그리고 제2의 세계도 마찬가지로 H국 사람으로 이루어진 조직인 천왕궁을 배척했다. 그들은 완전히 범속 초월의 조직으로 탈바꿈한 천왕궁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H국으로 돌려보내려 했다.
그러나 하천은 그 중재회에 참가한 22개의 조직들이 만장일치로 천왕궁의 가입을 부결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하천은 비록 제2의 세계로 가입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원래도 H국으로 복귀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배척당하고 겨냥당하는 느낌은 매우 불쾌했다.
“만장일치로 반대했다니, 그럼 이제 그들 모두 적이네요.”
하천은 참지 못하고 말했고 옆에 있던 애비슨의 얼굴 근육은 경련이 살짝 일어났다.
“하천 씨, 지금 천왕궁이 이미 범속 초월의 조직으로 탈바꿈한 이상은 반드시 제2의 세계 규칙을 따라야 합니다. 부디 이해 부탁드립니다.”
그러자 하천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애비슨 씨, 우리 천왕궁의 기업이 당신들 미국에서의 실력이 매우 방대하다는 건 알고 있겠죠? 요 몇 년 동안 당신들에게 적지 않은 보상도 주었고요.”
애비슨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건 그렇지만요.”
하천이 말했다.
“우리 천왕궁은 다른 사람이 정한 규칙은 따르지 않을 겁니다. 저희는 제2의 세계 조직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만약 저희가 떠나고 싶지 않다면 제2의 세계 사람들이 직접 저를 찾아와도 아무 소용없다는 소리입니다.”
“하지만 집 밖에서 오래 지내면 결국 고향이 그리워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우리 천왕궁이 H국으로 돌아가는 건 저뿐만 아니라 우리 천왕궁 모두의 염원이기도 합니다.”
이 말을 들은 애비슨은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천이 이렇게 말했다는 건 제2의 세계가 천왕궁을 쫓아내지 않더라도 천왕궁은 언젠가 스스로 H국으로 돌아갈 것이란 말이기 때문이다.
애비슨이 손에 든 시가를 깊이 들이마시며 말했다.
“하천 씨, 저희의 입장을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순간 하천이 웃음을 터뜨렸고 옆에 있던 한애 등도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엄여수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에비슨 씨, 천왕궁이 H국으로 돌아가는 건 우리 스스로 내린 결정이지 당신들 쉴드와 제2의 세계 때문이 아니라는 걸 알아두셨으면 좋겠네요.”
“만약 우리가 돌아가고 싶지 않다면 쉴드와 제2의 세계는 말할 것 없고 누가 오더라도 절대 우리 천왕궁을 쫓아낼 수 없을 겁니다.”
엄여수의 태도는 매우 강경했고 애비슨은 웃으며 대답했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천은 말머리를 돌렸다.
“하지만 애비슨 씨, 이제 제2의 세계 사람들에게 꼭 전해주세요. 천왕궁에서 이번 일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요.”
애비슨은 눈살을 찌푸리며 다급하게 말했다.
“하천 궁주님,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요?”
“허허, 그럴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는 당신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하천은 예의 차리지 않고 말했다.
“애비슨 씨, 어쨌든 저희 천왕궁은 틀림없이 H국으로 돌아갈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만날 기회는 많다는 걸 반드시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비록 이번에 천왕궁이 H국으로 귀환하기로 한 것은 제2의 세계 압력 때문은 아니었지만 제2의 세계가 천왕궁에 대한 적의는 아주 뚜렷했다.
그러므로 앞으로 천왕궁과 제2의 세계는 절대 사이가 좋을 수 없었다.
애비슨은 하천과 그들의 심정도 이해는 갔다.
“하천 궁주님,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저도 깔끔하게 말씀드리지요. 한 달안에 H국으로 복귀하시길 바랍니다.”
“한 달은 너무 짧습니다.”
하천이 말했다.
“적어도 3개월, 3개월 안에 천왕궁은 이곳을 떠나 H국으로 돌아갈 겁니다.”
“뿐만 아니라 제가 말하는 건 단지 우리 천왕궁의 본사를 복귀시키겠다는 겁니다. 현재 우리 천왕궁은 전 세계에 각종 상업과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전 이 것들을 전부 H국으로 복귀시킬 계획은 없습니다.”
“제2의 세계는 단지 우리 천왕궁이 범속 초월이라는 것에 대해 겨냥한 것이니 상업적인 측면에 간섭할 권리는 없지 않습니까?”
애비슨의 표정은 약간 무거워졌다.
“하천 궁주님, 저희가 말하는 건 천왕궁 전부입니다.”
“너무 막무가내시네요?”
순간 하천의 말투는 갑자기 싸늘해졌고 옆에 있던 한애 등의 얼굴색도 확연히 어두워졌다.
“애비슨 씨, 일을 너무 극단적으로 하시려고 드네요. 만약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오신다면 우리도 H국으로 복귀하려던 계획을 다시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애비슨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하천 궁주님, 저에게 30분의 시간을 주세요.”
말이 끝나자 애비슨은 일어서서 건물 밖으로 나섰다. 그는 지금 상부에 전화를 걸어 그들의 의견을 청하려는 것이었다.
애비슨이 이곳을 떠난 뒤, 하천과 한애 등은 모두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있었다.
“너희들 생각은 어떤지 말해봐. 우물쭈물할 필요 없어.”
먼가 할 말 있는 듯한 사람들의 표정에 하천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자 한애가 웃으며 말했다.
“사실 아무것도 아닙니다. 해외에 너무 오래 있다가 갑자기 돌아가려니 왠지 어색해서요.”
하천이 웃으며 말했다.
“이 모든 건 종점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다. 그러니 난 너희 모두의 의견에 따르려고 한다.”
한애 등 사람들이 웃으며 말했다.
“형님, 이 천왕궁의 주인이 형님인데 우리의 의견이 왜 필요합니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하천은 한애 등 사람들을 노려보더니 말했다.
“우리 천왕궁이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건 모두 함께 노력해 주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지금 천왕궁은 중대한 전환점을 마주하고 있고.”
“일반 조직에서 범속 초월 조직으로의 전환을 말하는 건가요?”
한애가 말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하천이 말했다.
“나는 늘 우리 천왕궁이 이번에 H국으로 복귀한 후 한 번 큰 변화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기왕 탈바꿈하는 김에 철저히 탈바꿈해야 할 것 같아.”
“철저한 탈바꿈이요?”
모두들 어리둥절하여 하천을 바라보았다.
“형님, 무슨 뜻입니까? 제대로 말해주세요.”
하천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왠지 모르겠지만 단지 내 느낌이 그럴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