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4화 자살
박준혁은 흠뻑 젖은 꼴로 박씨 가문 저택으로 돌아왔다.
거실에서 고은정은 팩을 붙인 채 느긋하게 티비를 보고 있었다. 문 열리는 소리가 나자 고은정은 힐끗 고개만 돌렸다.
그런데 아들이 젖은 머리가 헝클어져 있었고 비싼 양복이 구겨진 채 몸에 달라붙어 있는 모습을 보자 고은정은 벌떡 상체를 세웠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 너 왜 이래?”
고은정은 팩을 확 떼어내고 몇 걸음에 박준혁 앞으로 다가왔다. 젖은 옷을 만지려다 물기 묻을까 싶어 손을 뻗었다가 질색한 듯 다시 거둬들였다.
박준혁은 얼굴을 잿빛으로 굳힌 채 고은정을 비켜 지나가며, 말 한마디 없이 계단을 올라갔다.
박준혁의 머릿속에는 식당에서 사람들이 구경거리 보듯 던지던 눈빛만 떠다녔다.
고은정은 그런 박준혁의 뒷모습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저렇게 넋 나간 표정은, 틀림없이 신해정 때문이겠지. 신해정 말고 누가 박준혁을 저 정도로 무너뜨릴 수 있겠나.’
고은정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신해정도, 유채은도, 다 재수 없는 것들이야.’
하지만 고은정은 더 묻지 않았다. 지금 물어봤자 박준혁의 입에서 제대로 된 대답이 나올 리 없었다.
고은정은 다시 소파에 앉아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금박 초대장과 사진 몇 장을 집어 들었다.
“준혁아, 이리 좀 와 봐.”
박준혁은 계단 중간에서 발을 멈추고 짜증 섞인 얼굴로 돌아봤다.
“엄마, 또 뭐야.”
“며칠 뒤에 서정아 아가씨 생일 파티가 있거든. 엄마가 어렵게 손님 명단을 구했어.”
고은정은 명단을 흔들어 보이더니 사진 몇 장을 들어 올렸다. 마치 물건 고르듯 시선을 굴렸다.
“봐. 이것 봐라. 서울에서 이름 있는 집 딸들이야. 집안도 얼굴도 네 옆에 세워도 손색 없어. 마음에 드는 애 하나 골라. 엄마가 먼저 한 번 접촉해 볼게.”
박준혁은 무심히 사진을 훑었다. 낯선 얼굴들이 다정하고 얌전하게 웃고 있었다.
그런데 박준혁 머릿속에는, 이상하게도 신해정의 차갑고 고집스러운 얼굴이 스쳤다.
박준혁은 신경질적으로 미간을 찡그리며 툭 내뱉었다.
“전 유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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