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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존잘남과 결혼하다

선명한 화면 속에서 박준혁과 유채은은 한눈에 봐도 다정한 연인처럼 보였다. 신해정은 예전에 유채은이 진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줄 알았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모르는 피해자라고 순진하게 믿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 믿음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 것 같았다. 이 여자는 신해정이 박준혁의 아내라는 걸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녀의 골수에 기대 목숨을 이어 가면서, 뒤에서는 그녀의 남편과 몰래 관계를 이어 왔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무고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이제 와서 봐줄 이유도 없었다. 신해정은 실명 정보가 전혀 연결되지 않은 계정으로 로그인해, 그 영상을 선명하게 업로드했다. 이어서 짧은 글을 덧붙였다. [서울 남부 대학 병원 흉부외과 박 교수, 약혼자가 있는 상태에서 환자와 공개적으로 부적절한 관계 유지. 행태가 지나치게 친밀하며 의료 윤리와 직업 도덕을 정면으로 위반함.] [@서울 남부 대학 병원] 모든 걸 끝낸 뒤, 그녀는 휴대폰을 옆으로 던졌다. 가슴을 짓누르던 답답함이 그제야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이번에는 절대 마음 약해지지 않을 생각이었다. 박준혁이 자신을 어떻게 속이고 어떻게 이용했으면, 그대로 돌려줄 뿐이었다. 그녀는 이 더러운 암수를 여론의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밀어 넣어 완전히 망가뜨릴 작정이었다. 아직 다시 살아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몸이 적응을 못 한 탓인지, 신해정은 침대에 누운 채 어느새 깊이 잠들어 버렸다. 마치 전생의 피로를 한꺼번에 씻어 내리듯이 말이다. 해가 기울 무렵, 갑작스러운 휴대폰 벨 소리에 신해정은 화들짝 잠에서 깼다. 잠기운이 가시지 않은 채로 침대 옆을 더듬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로 낮고 묵직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해정 씨 맞으신가요?” 신해정은 무심코 광고 전화라고 생각했다. “필요 없어요, 감사합니다.” 툭 전화를 끊고 다시 이불을 끌어당겼다. 눈을 다시 감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번호가 또다시 울렸다. 연달아 잠을 방해받자, 신해정은 짜증이 치밀어 오른 채 전화를 받았다. “필요 없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그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신해정 씨, 잠시만요. 저는 배정빈입니다. 서정아의 삼촌이고, 오늘 밤에 만나기로 한 사람입니다.” 신해정은 멍하니 굳었다. 흐릿하던 정신이 단번에 맑아졌다. 그제야 낮에 서정아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녀는 황급히 몸을 일으켜 세우며 헝클어진 머리를 대충 정리했다. 목소리도 한결 누그러졌다. “아... 죄송해요, 정빈 씨. 방금 자다 깼어요. 잠결이라 제대로 반응을 못 했네요.” “괜찮습니다.” 배정빈의 말투는 차분했다. “제가 내일 아침 일찍 며칠 출장을 가야 해서요. 마침 이 시간에 아직 구청 업무가 끝나지 않았더군요. 그래서 혹시 지금 잠깐 만날 수 있다면, 서로 괜찮다고 느낄 경우 바로 절차를 진행해도 될지 여쭤보려고 했습니다.” 신해정은 그의 말에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정빈 씨, 아마 오해하신 것 같아요. 저는 그냥 형식적으로만 도움을 받을 사람을 찾는 거예요. 가족을 잠시 안심시키려는 거지, 진짜로 혼인 신고를 할 생각은 아니에요.” 잠시 흐르던 정적 너머로, 그의 침착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 점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가족을 설득하려면 서류 하나가 주는 힘이 훨씬 클 수도 있습니다. 괜한 의심도 줄일 수 있고요. 이건 하나의 단계적인 협력이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언제든 종료할 수 있고, 부담 가지실 필요도 없습니다.” 신해정은 휴대폰을 쥔 채 잠시 말을 잃었다. 그의 논리는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바로 혼인 신고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성급했다. 그녀의 망설임을 눈치챈 듯, 배정빈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제 차는 이미 해정 씨 댁 앞에 와 있습니다. 우선 얼굴을 보고 조건이 맞는지 판단하셔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집 앞이라고?’ 신해정은 거의 반사적으로 맨발인 채 창가로 달려가 커튼을 살짝 들어 올렸다. 조용한 골목 아래, 검은색 세단 한 대가 가로등 불빛 아래 고요히 서 있었다. 그 순간, 설명하기 힘든 충동이 가슴을 스쳤다. 어차피 한 번 보는 것뿐이다. 손해 볼 일도 없고, 서정아의 삼촌이라면 최소한 사람 문제는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알겠습니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바로 내려갈게요.” 신해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서둘러 주민등록증과 가족관계 서류를 챙겼다. 단정한 원피스로 갈아입고는 곧장 계단을 내려갔다. 신씨 가문 본가 앞. 차 옆에 다가간 신해정은 조심스럽게 조수석 문을 열고 앉았다. 그제야 오늘의 상대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다. 키는 대충 봐도 188은 훌쩍 넘어 보였다. 넓은 어깨와 잘록한 허리, 다소 여유 있는 흰 셔츠 아래로도 탄탄한 근육이 또렷이 드러났다. 벌어진 단추 사이로는 복근 윤곽까지 희미하게 보였다. 얼굴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각이 살아 있는 턱선, 곧게 뻗은 콧대. 외모와 분위기만 놓고 보면 박준혁과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았다. 잘생긴 사람이 넘쳐나는 연예계에 내놔도 손색없는 수준이었다. 신해정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이 정도 조건의 남자라면 어떤 결혼 상대든 얼마든지 고를 수 있을 텐데. 그런 사람이 하필 자신과 이런 선택을 하려 한다는 게 쉽게 믿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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