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온몸에 술 냄새를 뒤집어쓴 채로 들어온 유민아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한 다리는 자연스럽게 등받이에 걸쳐 올렸다。
“아, 애인 만나러 온 거였구나. 그러니까 술도 다 못 마시고 헐레벌떡 도망치듯 뛰어온 거였네. 네 아버지인 내가 대신 나머지 술을 다 처리해줬으니까 어서 와서 다리나 좀 주물러.”
침을 흘린 채 소파에서 잠든 유민아를 바라보자 고지오의 불안해하던 표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대신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눈빛과 애틋한 여운뿐이었다.
고지오는 살며시 한숨을 내쉬었다.
“제이야, 일단 진정해. 내일 다시 말해보자. 프러포즈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잘 생각해봐.”
그는 습관처럼 유민아를 부드럽게 끌어안아 게스트룸으로 들어갔다.
내가 짐을 챙겨 나가려던 참에 유민아의 문자가 다시 도착했다.
음성 파일을 열자 익숙한 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고지오, 네 아버지가 더 좋아 아니면 약혼녀가 더 좋아?”
유민아의 물음에 답한 건 고지오의 참을 수 없는 신음뿐이었다.
머릿속에 폭발할 것 같은 굉음이 울려 퍼지며 온몸이 얼어붙은 듯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나는 그 저속한 소리에 사로잡힌 채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어쩔 줄 몰랐다.
마치 따귀를 한 대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조금까지도 나와 헤어지지 말자고 애원하며 프러포즈까지 하던 남자가 고개 돌리자마자 다른 여자를 끌어안고 내 눈앞에서 추잡한 일을 벌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고지오도, 계속해서 나를 자극해대는 유민아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심씨 저택으로 돌아오자 집사 조준호가 놀란 표정으로 맞이했다.
“아저씨, 유민아 관련 모두 준비해주세요. 문신 전문가 열 명도 불러오시고요. 그리고 고씨 가문에 제공 중인 모든 지원 중단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