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멍청한 여자라고만 했는데 그새 조금 영악해진 듯했다.
박현우는 소은지와의 거리를 좁히더니 그녀의 귓가에 대고 피식 웃으며 대놓고 비아냥거렸다.
“네가 어떤 여자인지 내가 몰라? 지난 3년 동안 네가 야한 잠옷을 입고 달려드는 걸 몇 번이고 봐왔던 난데?”
“너 그때 무슨 발정한 암컷처럼 나한테 달라붙었어. 네가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다 알고 있으니까 그만하고 꺼져. 네가 집착하면 할수록 나는 네가 더 역겨울 뿐이야.”
소은지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어둡고 습한 지하실에서 도망쳐 나온 뒤로 소은지는 이따금 이유 없이 앓았다. 그래서 그럴 때마다 박현우의 방으로 찾아가 그의 품에 안겼다. 오로지 온기를 얻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박현우는 마치 동상처럼 가만히 누워서는 그녀를 쓰다듬어주지도, 안아주지도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그녀를 발정한 암컷이라며 모욕했다.
잠깐의 침묵 후, 소은지는 한발 물러서며 여전히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박현우 씨 근처에 갈 일 없을 테니까 안심해요.”
소은지가 알아서 거리를 뒀으니 박현우는 이제야 주제 파악을 한다며 좋아해야 했다.
그런데 그렇게도 자기를 사랑했던 여자가 갑자기 이러니 그다지 믿기지도 않고 기분이 썩 좋지도 않았다. 아니, 조금 짜증 났다.
‘네가 순순히 물러난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그때, 박현우의 휴대폰에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어디니? 왜 아직도 안 와? 오늘 만나게 될 사람은 서울에서 온 거물이라고 내가 분명히 얘기했지!]
박현우는 휴대폰을 집어넣은 후 마지막까지 그녀에게 경멸 어린 시선만 보냈다.
“너는 죽었다 깨어나도 나연이 못 이겨.”
말을 마친 후 그는 곧장 청람원 안으로 들어갔다.
소은지는 매우 익숙했던,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차가워진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예전을 떠올렸다.
그때 그녀는 박현우의 등을 보며 마음속으로 수도 없이 외쳤다. 일찍 들어오라고 말이다.
이미 몸에 각인된 기억이라 그런지 박현우의 등을 보니 저도 모르게 가슴이 찌릿하며 아팠다. 꼭 피부가 한층 벗겨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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